남가주 출신 가수 유승준은 지난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땄다. 그리고는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그럼으로써 그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게 됐다. 그러자 한국 정부는 그에게 입국 금지처분을 내렸다.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받았기 때문이란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근거로 든 법 조항은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우려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이었다.
유승준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미국 시민권을 받은 것이지 병역 기피 목적은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말이다. 유승준은 시민권을 받기 전 매체들을 통해 병역의무를 성실히 다하겠다고 무수히 밝혀온 터였다. 그러니 대중이 그에게 느꼈을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 후 15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신청한 F-4 비자(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외국 국적자 및 가족에게 발급해 주는 취업비자)가 계속 거부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해 입국 허락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했다. “유씨가 입국해 방송활동을 하면 자신을 희생하며 병역에 종사하는 국군장병의 사기가 낮아지고 청소년들 사이에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 이유였다.
하지만 유승준은 자신의 행위 때문에 15년간이나 한국 입국이 금지됐다. 그가 위반한 것은 실정법이라기보다 국민 정서법이었다. 충분히 죄 값을 치렀다고 생각한다. 이미 연예인으로서의 황금기는 지났다. 유승준이 입국한다면 그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들 사이에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고까지 염려하는 건 기우다. 그리고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만만한 유승준을 일벌백계 케이스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구심까지 든다.
이처럼 병역문제에 대해 민감한 한국사회에서 정작 모범이 돼야 할 기득권층의 병역기피는 만연해 있다. 권력층의 병역기피(좋게 말해 군 면제율)는 보통사람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이런 것은 손도 대지 못하면서 유승준에 대해 유독 가혹한 것은 이중 잣대이며 국가적, 사회적 위선이다.
마침 지난 주 시작된 유승준 소송 항소심에서 그의 법률 대리인은 “과거에는 입국을 금지할 이유가 있었더라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금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승준의 병역기피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처벌에는 형평성과 합리성이 뒤따라야 한다. 15년이나 계속되고 있는 입국금지가 과연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승준에 대한 사회적 처벌은 대중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법적 처벌은 이제 거둬들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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