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10월19일 주식시장에서는 아침부터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22% 이상 폭락했다. 주식시장에 흑역사로 기록되고 있는 ‘블랙 먼데이’는 경제지표나 실적에 수반된 현상이 아니었다.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면서 발생한 심리적 패닉 현상이었다.
경제에서 이런 패닉 현상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가깝게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그랬고 역사 속에서는 17세기 유럽을 강타한 네덜란드 튤립 파동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1929년 미국 대공황 역시 대중의 공포심 확산이 초래한 위기였다.
우리는 언론보도들을 통해 “소비심리가 살아났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등의 표현을 자주 접한다. 이런 표현들은 경제가 심리에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를 잘 드러내 준다. 가령 소비자들의 심리가 살아났다고 하자. 그러면 기업들은 소비가 늘 것을 예상해 투자를 늘리게 되고 이것은 다시 소비자들의 심리를 한층 더 낙관적으로 만들어 지갑을 열게 만든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경제는 심리’라고들 하는 것이다.
경제가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둘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학문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뜨고 있는 ‘행동경제학’이 대표적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경제관련 지수들 가운데 갈수록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심리에 관련된 것들이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지수는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CCI), 그리고 미시간대와 톰슨로이터가 공동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SI)이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이 지수들에 따라 생산과 투자를 결정할 정도다.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경제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지만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한국의 2017년 경제심리는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미국은 금년 한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론과 긍정적 분위기가 우세하다. 반면 한국의 경제전망은 어둡고 비관적이다.
웰스파고 은행이 600개 스몰비즈니스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업체의 46%가 올 한해 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했다. 2년 전 조사 때의 30%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트럼프 취임에 따른 감세와 규제철폐 기대 등이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2017년 한국의 경제전망은 암울하다. 한 언론사가 100명의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IMF 구제금융 당시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많은 부분 한국경제와 연동돼 있는 미주 한인 비즈니스들과 개인들로서는 걱정이 없을 수 없다.
미국과 한국의 경제 전망과 심리를 대조적으로 가르고 있는 것은 단 하나다. 그것은 정치적 확실성과 불확실성의 차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우려가 살짝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낙관적 경제전망에는 새로운 출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반면 한국의 혼미한 정국은 불확실성을 한껏 높여 경제관련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정치가 올바로 서지 못하면 경제는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없다. 하루속히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혀 경제가 제 궤도에 다시 오르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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