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세기경 고대 그리스에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탈레스가 있었다. 부자였던 그는 봄에 천체의 움직임을 보고 올리브 풍년을 예측, 전국에 있는 올리브 정유소를 모조리 매입했다.
실제로 가을에 올리브 풍작이 되자 그는 매입한 정유소를 모두 되팔아 어마어마한 수익금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그는 철학자가 돈이 많으면 진리 탐구에 저해가 된다며 막대한 돈을 모두 가난한 서민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반대로 19세기 독일에는 거부 하인리 슐리만이라는 사업가가 있었다. 그는 저녁식사에 초대하여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슐리만은 트로이 유적을 최초로 발굴, 그 성터에서 금괴를 수집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 그는 거기에 만족치 않고 다시 금광이 많다는 캘리포니아로 가서 금을 사들여 은행에 되팔아 엄청난 부호가 되었다.
그러나 후에 저울눈금을 속인다는 소문이 파다해지면서 그는 결국 폭삭 망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막대한 돈이 있을 때 그 돈을 쓰는 방법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최근 이와 유사한 스토리가 보도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이 있다. 35년 동안 약 80억 달러를 익명으로 기부해 자선사업의 ’제임스 본드’로 불리는 찰스 F. 피니와 당국의 재단기금 사용처 조사에 자극받아 개인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가 그들이다. 이들의 이미지는 너무나 상반된다.
찰스 피니는 지난 5일 학업성적과 봉사 부문 등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코넬대 트레디션 프로그램에 700만 달러를 기부, 생존 중 전 재산을 다 기부하겠다는 평생의 뜻을 실천했다.
피니는 재단의 기금을 타인을 돕기 위해 사용한데 반해 트럼프는 자신의 빚을 갚거나 개인기호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했으며, 부자클럽인 포브스 400 등에 이름을 올리려고 애를 쓴데 반해 피니는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뉴욕타임스가 기부동기를 묻는 질문에 피니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바지 두 개를 입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맞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끼에 밥 두 차례는 먹지 않는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기본적으로 사는 데는 차이가 없다.
형편에 따라 질만 다를 뿐이지 모두가 다 같은 생활이다. 다만 가진 돈을 어떻게 쓰고 살다 가느냐가 다를 뿐이다.
앨버트 슈바이처의 이름이 역사에 길이 남는 이유는 그의 삶이 그만큼 귀하고 가치있게 쓰여졌다는 데 있다. 그는 배우고 익힌 모든 학문과 의술로 인류사회에 봉사하고 굶주리고 병든 자들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생을 마감했다.
돈이든 학문이든 자기가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극빈자들을 위해 베푸는 삶의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일이다. 베풂이란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말한다. “인류 최고의 선은 베풂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곧 출범한다. 부호인 트럼프가 탈레스나 찰스 피니처럼 재산을 사회에 내놓아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단지 공약한 경제 살리기와 중산층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서민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무보험 서민들의 꿈인 오바마케어를 폐지한다는 바람이 불어 그의 취임 전 일단 들고 보자며 가입 러시를 이룬다. 트럼프도 이런 서민들의 처지를 생각하고 가진 것을 환원한다는 정신으로 국정을 펼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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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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