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접한 미술책은 중학교미술교과서였다. 책에 있는 그림들이 감수성 강한 소녀시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어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책의 앞 페이지쯤에 여인과 꽃을 그린 천경자의 그림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청보라 빛으로 가득했다. 끌레가 그린 추상적인 얼굴그림이 준 강렬함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50여년이 지났는데도 요즘 그리는 추상적인 인물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마티스의 누워있는 누드그림은 왜 좋은 그림인지 중학교 시절엔 알 수 없었는데 한 시대의 가장 탁월한 그림을 그린 화가라는 것을 깨닫는데 수십년이 걸렸다.
고구려 벽화의 수렵도에서 느낀 역동성과 금동미륵반가상의 심오한 미소는 가장 강렬히 인상을 남겼기에 처음본 지 50여년이 지난 지금, 도대체 그 알 수 없는 심오한 미소가 어디서 나오는 가가 요즘 그리는 그림의 화두가 되고 있다. 말을 타고 달리며 화살을 쏘는 고구려인의 선과 속도가주는 놀라운 필치의 천재성이 우리조상들의 삶과 미(美) 감각이라는 사실에 긍지와 겸허함을 배운다.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하고 연모할때는 고려청자를 빚은 마음을 느낄수 있고, 다보탑과 석가탑의 힘과 기품을 다시 사진으로 들여다보며 마치시인이 한그루의 나무를 생각하듯 마음의 지표로 삼는다. 이 놀라운 미술교육이 중학교 미술책에서 시작되었으니 새삼 미술책을 편집하신 원로 선생님들이 고맙다.
미(美) 감각이란 원래 우리 속에있는 감각을 깨우치는 것인데, 아이들을 위해 달력 한 장이라도 명화그림이 있는 달력을 벽에 붙이라고, 그림을 배우러 오는 엄마들에게 얘기하곤 한다. 좋은 그림은 좋은 에너지가 있는 그림이다.
예술 감각은 미스터리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알 수 없는듯 하지만 알면 알수록 선명히 드러나는 것이기에 한 장의 그림은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시선에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무의식의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화실은 지하에 있어 춥고 축축한데 계단 옆에 누군가가 명화 그림이 있는 달력을 걸어두었다. 반 고흐가 그린 할아버지의 눈빛이 하도 따뜻하여 고흐는저렇게 따뜻하고 온유하게 사람을 바라보았구나 싶은데, 계단을 오르내릴 적마다 위로를 받곤 한다.
한 선배가 중학생을 위한 미술감상책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마음속에서 늘어떤 그림을 꼭 넣어야할까 상상해 보곤 한다. 서양미술과 함께 동양미술을반쯤 넣어야지 생각하기도 하고 아이들 마음을 열어주고 치유할 수 있는,최상의 조화로움이 있는 그림으로 꼭 넣어야지 하는 것이 안드레이 루블료프(1360-1430)의 성화 한장<사진>이다.
마음에 빛과 명료함, 사랑과 아름다움을 전해주어, 마음이 산란할 때에 한참 들여다보곤 한다.
그림이 발하는 조화, 빛, 명증함과 온유함이 최고 최상의 상태여서 분명 성령이 함께 그렸을 듯하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그의 일생을 영화화하기도 했는데 그토록 영상미가 대단한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마지막 장면에 이 화가의 성화가 나오며, 두 시간의 탁월한 사진 영상미가 단 한 장의 그림으로 무색해질 정도로 그 위대함이 빛을 발한다.
뼛속까지 밝은 듯한 삼위일체의 천사들을 그렸지만 화가가 살던 14세기 러시아는 몽골 침략으로 고통과 절망의 혼탁한 역사를 지나고있었다. 역사의 암울함을 몸소 살아낸 화가가 그린 그림 한 장은 자유와 정의의 드높은 정신으로 오늘을 사는 마음을 치유한다.
빛과 사랑!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
<
박혜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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