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千金)의 아들은 저자에서 죽지 않는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貨殖)열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B.C.’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에도 재력은 인간사에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사마천은 그렇다고 해서 재력가를 부정적 존재로 폄하한 것은 아니다. 무위무관(無位無官)의 몸이다. 그런데 정치를 해치지도 않고 백성을 방해하지도 않으면서 거만의 부자가 됐다. 그런 그들에게 지자(智者)도 갈채를 보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위무관, 그러니까 평민의 신분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리고 그 부를 가지고 왕후장상 못지않은 낙을 누리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그들을 사마천은 소봉(素封)으로 불렀다. 요즘의 한국말로 재벌에 해당된다고 할까.
이 재벌(財閥)이란 한국어 단어가 그렇다. 이제는 chaebol, 혹은 jaebol 등의 스펠링으로 영어단어로 사용될 정도로 국제화 됐다.
한국의 재벌은 복합기업을 뜻하는 conglomerate란 단어로만 표현하기에는 어딘가 그렇다. 그래서인지 미국 언론은 한국의 재벌을 다룰 때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본 딴 ‘chaebol’이란 신조어를 곧잘 사용한다.
단순한 경제논리만으로 한국의 재벌을 설명하기 힘들다. 정치와 아주 밀접하다. 단순히 복합기업, 기업가군이라는 의미외에 알파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 때문에 아예 ‘chaebol’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의 재벌 서열 1위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죄 혐의로 구속직전까지 갔었다. 법원의 구속영장기각과 함께 재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로써 그러면 모든 것은 끝난 것인가. 그와 반대가 아닐까. 재벌에 대한 민초의 여론이 확인됐다. 그리고 한국 재벌의 민낯이랄까 현주소가 새삼 드러나 하는 말이다.
‘인터넷 상’이란 단서가 붙지만 이 부회장 영장기각이후 부정적 여론이 주류를 이루었다. ‘법 위에 삼성이냐’는 댓글이 1만 건을 넘은 것. 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받아들이지 못 할 만큼 반(反)재벌 정서가 만연돼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스페이스 X가 화성 식민지건설에 투자 할 때 이재용은 정유라의 말(馬)에 투자했다.’ 국내 인기 블로그에 담겨진 말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내다보면서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은 권력에 줄을 대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돈벌이에 여념이 없다는 사실을 풍자한 것이다.
특검의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수사과정을 통해 드러난 것은 재벌기업들이 회사의 명운을 걸고 면세점 허가 따내기 경쟁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면세점 포화상태와 함께 폐점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무엇을 말하나. 한국의 재벌들은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정치가 40여 년 전으로 되돌아 간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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