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취임한 바로 다음 날 여성행진이 있었다. 워싱턴 DC 행진 외에 미국 곳곳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도 자매 집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함께 헤쳐 나갈 힘을 다지는 자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도 지난 몇 달간 대선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고 수많은 감정들을 느꼈다. 사실 앞으로의 4년이 많이 두렵기도 하다. 다시 예전처럼 탐욕으로 인해 일자리들이 없어지면 어쩌나, 드디어 병원비와 약값을 조금은 감당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무턱대고 비싸지면 어쩌나, 소수자들의 인권이 조금 나아지고 있는가 싶었는데, 여성들, 이민자들, 그리고 소수자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말을 끊임없이 내던지고 소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없애려 하는 대통령으로 인해 그동안의 노력들이 모두 없어지면 어쩌나 걱정된다.
앞으로 4년 동안 나 또한 이민자로서, 사회 새내기로서, 여자로서, 소수자로서 나아갈 길이 멀다. 내가 겪고 있는 ‘여자’라는 경험은 일하며 직접 겪게 된 유리천장이고 차별과 배제와 주어지지 않은 기회들이고 무시당한 내 의견이랑 감정들이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는지 많이 두렵다.
하지만 계속해서 부딪히고 제외되고 차별받은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이해하고 모두를 위해 더 노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4년 뒤에 어떤 자리에서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지쳐 있지만 않기를,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많은 것을 담아볼 수 있기를 그리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기를 바란다.
<김수희 / 비영리기구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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