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이나 미국을 보면 진정한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정치는 본래 ‘정사 정(政)‘에 ’다스릴 치(治)‘를 써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치는 ’사회질서가 바로 잡히게 한다’라는 뜻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치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간혹 자신이 가까운 사람, 아는 사람과의 ‘정(情)’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한창 시끄러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수십 년간 알고 지냈던 최순실 씨를 비롯한 주변인물과 관련돼 불거진 일련의 문제로 인해 탄핵 위기에 까지 처한 상태이다.
이 같은 정치(情治) 문제는 지난 20일 새롭게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굵직굵직한 자리에 모두 자기 측근들을 앉힌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쉬너를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기용한 점이다. 1993년에 새롭게 마련된 이 직책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직으로 국내는 물론 국외 정치까지 입김을 가할 수 있는 자리다. “이렇게 마음대로 앉혀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뜬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사업가인 쿠쉬너는 국정 경험이라곤 전혀 없다. 문제는 앞으로 쿠쉬너가 대통령 친인척의 연방기관 인사 기용을 원천 금지한 법규를 피해갈 수 있느냐이다.
연방의회는 지난 1967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동생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기용하자 대통령이 친인척을 연방기관에 취직시키지 못하도록 규정한 ‘친족등용 금지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트럼프의 사위인 쿠쉬너는 어떤 백악관 공직도 맡을 수 없다. 그러나 위법 논란을 무릅쓰고 트럼프는 쿠쉬너를 백악관 선임고문에 임명해버렸다.
의회도 아직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라도 폭발을 촉발시킬 수 있는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대학을 다닐 때 정외과가 ‘정치 외교학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정치 외면학을 배우는 학과라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민생을 챙기기 보다는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정치인들의 부패사건으로 오히려 혐오감만 불러일으키는 정치를 빗댄 말일 것이다.
실제 한국 정가나 미국 정가가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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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뉴욕지사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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