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공직자 비리근절을 위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즉 김영란 법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그런데도 국민을 대변하며 명예를 중시해야하는 국회의원들, 정의를 앞세워 뭇 사람들의 잘잘못을 가릴 책무를 맡은 검사들, 도덕성 윤리성을 갖춰야 하는 변호사나 고위 공직자들의 불법 탈법 행위들을 접할 때면 정말 걱정스럽다.
헌법 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과 특검수사로 어수선한 이때 세종시 정부청사의 공무원들은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며 수시로 자리를 비우는 등 근무 태만 사례가 많다는 신문보도도 있었다.
나는 일 년에 몇 번 고객과 함께 주정부 산하기관에 간다. 고객이 사업에 필요한 면허를 받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
아침 8시,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가면 직원들은 대부분 커피를 마시면서 서류를 확인한다. 최근 같이 일하는 담당자가 전에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어 가는 길에 커피 한 잔을 샀다. 서로 마주 앉아 나의 고객을 소개한 후 그 커피를 내밀었더니 그는 정색을 하면서 사양을 했다.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이었다. 내가 당황하자 그는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우리는 손님으로 부터 커피한잔도 받으면 안된다”고 재차 설명을 했다.
어떻게 보면 정이 없는 듯 보이지만 정해진 규정을 철저하게 따르는 미국 공무원의 모습을 보며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몇해 전 나는 100달러 지폐 여러 장을 병에 담아두고는 관리를 소홀히 했다. 나중에 보니 지폐는 바싹 말라서 노르스름한 화장지 같은 상태로 변해 있었다. 전혀 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궁리 끝에 연방 조폐국에 사유를 설명하는 편지와 그 화장지 같은 돈이 담긴 병을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담당 매니저는 검사에 3년 정도 걸리니 혹시 그 사이 이사를 가게 되면 바로 새 주소를 알려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리고는 어느 날 자유의 여신상이 새겨진 수표 한장이 우송되어 왔다. 나에게는 큰돈이었다. 매니저에게 전화로 감사의 인사를 하니 그는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내가 기뻐하니 자기도 흐뭇하다고 했다. 영국인 억양을 가진 그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한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때, 돈 때문에 타락하지 않는 공직자가 필요하다. 지위에 걸맞은 품위를 유지하며 도덕적 자긍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의무를 다하는 공직자 공무원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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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규 LA 민주평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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