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에 일본의 유명한 작가 나쓰메 소세끼가 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 그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메이지 시대)를 산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이야기는 배가 고파 기어들어간 중학교의 영어선생 구샤미네 집에 살게 된, 이름도 없는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사회를 풍자한 소설이다. 작가가 산 세대는 서양 문물이 쇄도하면서 모든 것이 변화하고 근대화와 서양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던 격동기다.
괴팍스럽고 외고집인 구샤미 선생 집에 드나드는 여러 부류의 인물들을 이 철학적이고 영리한 고양이는 세세히 묘사하면서 “나는 고양이지만 참 인간들은 희한한 동물들”이라고 날카롭게 비판도 하고 일침을 놓기도 하면서 자기 생각을 드러낸다. 물론 이는 작가 자신의 소신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현 사태를 이 고양이의 눈으로 보았다면 얼마나 신랄한 비평을 해댔을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똑똑하고 내로라하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넘치는 21세기 한국에서, 어떻게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더 기가 막힌 것은 잘못된 비리와 범법행위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그 책임을 지려는 사람들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가하면 정작 책임을 질 사람들은 “나는 몰랐다” “그런 일이 없다” “조작이다”라고 주장하니 과연 이래도 우리가 나쓰메 소세끼의 이름 없는 고양이 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그 고양이는 옳고 그른 걸 제대로 보고 판단할 줄 알았다. 정직하게 양심적으로 사물을 바라봤다.
인간에게서 맑은 양심과 이성적인 분별력을 제거하면 고양이보다 나은 게 있을까. 이런 것들을 상실한 채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벌이는 논쟁과 권력 파벌 싸움은 정말 보기에도 진저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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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애 /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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