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고호의 그림을 본다. Don Maclean의 빈센트가 흘러나오고.난 취미삼아 그림을 그린다. 어린시절부터 미술시간이 참 좋았는데 다른 전공을 하게 되고 그림과는 상관없이 오랜 시간을 지냈다. 아이들이 다 커서 집을 떠나고 좋은 기회가 닿아 유화를 시작했다. 처음 이젤을 사고 이것저것 재료를 샀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요리사와 화가가 참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요리사에게 있어서 칼은 화가에게는 붓이다. 물감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때 요리사들은 재료를 팬에 볶아댄다. 재료는 신선하고 좋은 것을 골라야 한다. 물감을 좋은 것을 써야 하는 것처럼. 그리곤 아름다운 접시에 담아올릴 때 우리는 아름다운 액자에 그림을 넣는다. 우리 모두 정성이라는 조미료를 사용하여 이 작업을 완성한다.
요즘 들어 그리는 그림은 부담이 없어서 좋다. 미술숙제도 아니고 학교입학을 위한 포트폴리오도 아니고….. 그리고 싶은 것을 내맘대로 그리다 잘못되어도 다시 그리면 되고…..나이가 들고 보니 느긋함과 이런 여유로움도 괜찮다. 세탁소를 하시는 지인이 컴퓨터를 전혀 몰랐는데 처음에 가게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잘 모르겠기에 설치해준 회사로 전화를 했더니 상대방이 자기가 지시하는대로 하라고 했단다. “우선 창을 여세요.” 그래서 얼른 닫혀 있던 가게 창문을 열었단다. ”뭐가 떠요?” “아니요” ”그러면 창을 닫으세요” 창문을 닫고, 그러면서 천천히 배워갔다고.
늙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젊은 시절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젊을 때는 하이힐을 신고 달렸지만 지금은 운동화를 신고도 못뛴다. 하지만 디스코를 좋아하던 난 코스코를 좋아하게 되었고, 커피를 마시며 밤을 세워 하던 일을 조금씩 나누어 천천히 하면서 그 일을 즐길 줄도 알게 되었다. 어려움과 고난으로 인해 오만함이 줄어들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반복되는 나의 실수와 못남은 내가 편견을 갖지 못하게 하니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게도 해주었다. Don Maclean의 노래가사가 귀에 쟁쟁하다.
And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¹(이제야 알 것 같아요 당신이 내게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세월이 흐르면서 이제야 나도 알게 되었다 고호가 그림을 통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전소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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