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은 한국에서 설날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 날자 한국일보는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한국판에 정치 이야기가 없었고 그 흔한 트럼프 대통령 얘기도 없었다. 오피니언에도 아무 독설이 없고 빈정거림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독자들에게 명절선물이라도 한 것인가. ‘Joyeux Noel’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1차 대전 때 영국과 독일이 치열한 참호전으로 맞서고 있을 때 한 병사가 성탄 캐럴을 파이프로 연주하자 양편 참호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나왔고, 마침내 양편 군인들이 술병을 들고 나와 서로 건배를 하고 악수를 하고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이 얼싸 안기도 했다.
그것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으로 유명한 쉴러의 환희의 송가(Ode to Joy)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제치고 유순한 날개로 우리를 합치는 곳으로 함께 가자꾸나.’ 그 다음날 전쟁은 계속됐다.
주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마음이 다 같은데 왜 서로 죽여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해석은 없고 포근한 평화가 잠시 우리에게도 주어졌다는 고마움 밖에는 아무 것도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여기며 감사했다.
온통 시끄럽고 소음으로 가득 찬 세상에 이런 화해와 감사는 언제나 다시 우리에게 찾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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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 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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