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말 나는 어머니가 계신 양로원으로 향한다. 갈아입으실 옷과 음식 조금을 챙겨서 들고 간다. 내 어머니는 90 되시던 해. 심장에 배터리를 끼우는 시술을 받으신 후 담당 간호사에게 양로원으로 가시겠다고 선언하셨다. 노인아파트에서 혼자 15년을 살아오시면서 단 한 번도 양로원을 언급하신 적이 없었기에 우리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양로원행을 결정하신 것은 참 놀라웠다.
양로원이란 곳은 오래전 생소하고 어둡게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장소이며 살아생전 나하고 연관될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을 곳이었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임종 소식 연락을 받고 주소를 찾아 갔던 곳. 그 양로원이라는 장소는 내게 회색벽돌로 지어진, 살아 숨 쉬는 죽음의 장소로 느껴지는 소설 속의 무대였을 뿐이었다.
“내가 양로원에 가면 나 편하고 그리고 너희들 편하다.” 그렇게 들어가신 양로원 생활이 7년째가 되신다. 이제 엔돌핀이 샘솟는 기쁘고 신나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높은 연세에 청력이 좀 약하실 뿐 성인병도 없고 정신이 명료하신데, 그 옛날같이 함께 하하 웃고 수다 떨 일도 없다. 그냥 옷을 바꿔 입혀드리고 나면 창밖의 나무숲을 멀거니 바라보다 애써 대화를 풀면 두 세 마디에 오가는 말이 끊어져 버린다.
혼자서는 화장실 출입도 못하고 물 한 그릇 떠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된 노인이 자식과 함께 살기를 고집하고 양로원이라면 펄쩍뛰는 분들도 많이 본다. 자식들이 분명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훗날 내가 그곳에 갈 때가 온다면 나는 내 어머니를 생각하고 용감하고 현명해져야 할 것이다.
“너희들이 편해야 내가 편하다. 그러면 양로원에 가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육신이 노쇠해도 자식에 대한 배려와 사랑은 노쇠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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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영 / 병원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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