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 ‘깡통 소변’이라는 기사가 났다. 5년 전 발생한 일의 소송결과를 다룬 내용이었다. 샌디에고의 어느 학교에서 한 여고생이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가려고 했으나 교사는 비품실에 있는 깡통에 볼일을 보라며 화장실에 가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교사의 말 대로 깡통에 소변을 본 학생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아 수치심에 전학을 가기도 했었고, 심지어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남의 일 같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십여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딸은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자주 갔다. 소변을 자주 보는 체질인데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이니 긴장이 되어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담임선생님은 부모인 우리를 여러 차례 불러 아이에게 소변을 참는 버릇을 가르치라고 요구했다.
전학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데 하물며 말도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로 전학해온 아이가 긴장해서 그렇다는 것을 이해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웠었다. 원칙만을 중요시하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은 때론 배려심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다.
시간이 흘러 친구들도 사귀고 학교에 적응이 되자 딸은 더는 수업 시간에 화장실 가는 일이 없어져서 큰 문제없이 청소년기를 지나갔지만 까닥했으면 깡통 소변은 우리 애의 경우가 될 뻔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나마 부모인 우리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었다.
<김희원 / 버클리문학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