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20대 30대에게 ‘은퇴’는 별나라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이다. 노후 삶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 자신도 늙는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자녀들 키우고 가정 꾸려나가느라 숨 돌릴 틈 없는 40대가 되면 은퇴는 공상의 도피처가 된다. 지금은 힘들어도 은퇴하고 나면 “출퇴근 스트레스, 직장 스트레스, 자녀양육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느긋한 나날을 보내겠지, 가끔씩 크루즈 여행을 떠나고 평소에는 골프나 치며 소일하겠지, 삶은 여유롭고 한가하겠지 … ” 상상을 하며 위안을 받는다.
나이가 50을 넘어 60을 바라보면 은퇴는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은퇴 후의 삶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60대에 들어서면 은퇴는 더 이상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발등의 불이 된다. “은퇴하고 나면 뭘 먹고 살지?”가 다급한 현실로 다가든다.
모아둔 은퇴자금이 넉넉하다면 모를까 소셜시큐리티 연금에만 의지해 살려면 기나긴 노년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다. 재정전문가들은 “20대부터 은퇴에 대비하라, 저축하라”고 충고를 하지만 당장 사는 게 빠듯하니 저축은 언감생심, 어물어물하다보면 은퇴 나이가 된다.
2016년 관련조사에 의하면 은퇴 연령층 10명 중 6명은 은퇴자금이라고 모아둔 둔이 1만 달러가 못 된다. 노후를 위한 저축이 한 푼도 없는 사람들도 많다. 무려 3명중 한명 꼴이다.
이렇게 제한된 소득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가 노년층의 보편적 걱정이 되면서 요즘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모빌 홈 팍이다.
은퇴 후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주거비다. 먹는 것, 입는 것은 줄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주거비는 어쩔 수가 없다. 2014년 발표된 하버드 보고서에 의하면 장년층의 1/3 (거의 2,000만 가구)은 소득의 30%를 주거비로 쓴다. 이들 중 거의 절반인 960만 가구는 주거비가 전체 생활비의 절반을 넘는다.
그래서 부상하는 것이 모빌 홈 은퇴생활이다. 모빌 홈 가격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주택 가격의 몇 십분의 1 수준. 보통 2만 달러면 장만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 주택 소유주는 전체 가구의 60%. 집을 팔아 에퀴티를 챙긴 후 모빌 홈 하나 장만하고 나머지 돈을 은퇴자금으로 쓰면 은퇴생활이 상당히 여유로워 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은퇴 후 남가주로 이주한 K씨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모빌 홈을 샀다. 인근에 주말 농장을 가진 친구의 권유로, 급하게 나온 매물을 구입했다. 가격은 1만6,000달러. 자동차 한 대 값도 못 되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침실 두 개, 화장실 두 개의 꽤 넓은 집이다.
한달에 들어가는 주거비용은 모빌 홈 대지 임차료 300달러와 전기세 정도. 모빌 홈 팍 안에는 풀장도 있고 도서관도 있으며 작은 텃밭 가꿀 땅도 있다. 골프장이 코앞이어서 매일 골프를 칠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은퇴생활이다.
미 전국에는 4만4,000여곳의 모빌 홈 팍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55세 이상 연령층만 입주하는 시니어 커뮤니티이다. 노년에는 외로움이 큰 문제이다. 모빌 홈 팍에서는 문만 나서면 바로 이웃이 있으니 외로울 일이 없다. 주거비 부담 없고 마음 편한 삶으로 모빌 홈 은퇴생활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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