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던 CEO들이 좋은 대통령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과 국가는 우선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고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 또한 천양지차이다. 그럼에도 대중은 CEO들의 성공을 일반화 해 이들의 리더십이 정치판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라 착각한다.
여기에 인지도까지 더해지면 기업인의 정치인으로의 변신은 손쉽게 이뤄진다. 이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권력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한다. 하지만 변신은 대체적으로 실패한다.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이 요구하는 리더십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언론인 시어도어 화이트가 존 F. 케네디의 대선 캠페인을 추적해 1961년 쓴 ‘대통령 만들기 1960’(The Making of the President 1960)라는 책을 보면(그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익명의 트루먼 대통령 보좌관이 한 말이 나온다. “새 대통령을 가장 먼저 놀라게 하는 것은 세상이 전혀 획일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에서는 리더의 독단적 스타일이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과정이나 절차보다는 성과에 집중하는 특성 때문이다. 흔히 불도저식이라 표현되는 이런 스타일은 심지어 기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바람직한 리더십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특히 정치 선진국의 경우 아무리 대통령이 큰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도 명령 하나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정치판은 경영주가 지시하고 명령을 내리면 수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루먼 대통령은 “고작 설득하는 일이 대통령 권력의 전부”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설득의 과정은 길고 지난하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이 몸에 밴 기업인 출신 대통령들로서는 이런 과정이 번거롭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적응과 변모이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리더십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 하지만 평생 몸에 밴 이런 스타일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트럼프는 자신의 책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나는 뒤통수 맞는다고 느껴지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까지 싸운다”고 떠벌리고 있다. 그의 오기가 읽힌다.
우리는 이미 이런 스타일의 대통령을 혹독히 경험해 봤다. “내가 해 봐서 잘 아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그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구상을 마구 밀어 붙였다. 그리고 후유증은 고스란히 자연의 훼손과 국민들의 혈세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그 자신은 별로 미안해하거나 멋쩍어 하는 기색조차 없다.
나르시시즘이 강한 CEO들은 ‘행동편향’이 누구보다도 두드러진다. 행동편향은 그냥 가만히 있기 보다는 항상 무언가를 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이게 가장 강하게 발동하는 시기는 새로운 자리에 앉았을 때이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까지 드러낸다.
지도자의 부지런함과 추진력이 건전한 판단, 그리고 균형 감각과 결부되면 바람직한 결과를 내는 훌륭한 자질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무수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비수가 되기도 한다.
무지(혹은 무식)한데 부지런한 지도자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들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에 ‘오기’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재앙적 상황을 부르는 최악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이 그랬고 트럼프 역시 지금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온갖 조치들을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깔끔하게 결론이 나거나 정리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논란과 혼란만 가중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의 성정과 소양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트럼프의 남은 임기(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는 재앙적 리더십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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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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