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주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려 다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금까지 장관으로 뽑은 사람들 면면을 살펴 보면 도널드가 어떤 인물인지 가늠할 수 있다.
각료 중 제일 중요한 국무장관직에 오른 렉스 틸러슨은 엑슨 모빌 회장을 지내며 러시아 석유 개발 사업을 벌여 푸틴과 친숙한 관계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반대해 온 그의 재산은 2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장관이 된 스티븐 므누친은 2007년 금융 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렌더 인디맥에 투자해 큰 돈을 번 인물로 재산이 5억 달러가 넘는다.
상무장관인 윌버 로스는 “파산의 왕”으로 불리는 인물로 파산한 기업을 사들여 구조 조정을 거쳐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거액을 벌었다. 그의 재산은 25억 달러에 달한다. 교육장관이 된 벳시 디보스는 억만장자로 교육 행정 경험이 없는 인물이며 주택부 장관이 된 벤 카슨도 뇌 전문 의사로 스스로 실토했듯이 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는 작년 선거 기간 중 러시아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들통이 나는 바람에 법무부의 러시아 관련 수사 지휘에서 일체 손을 뗀 상태다. 에너지부 장관을 맡고 있는 릭 페리는 한 때 에너지부 폐지를 주장한 사람이고 보건부 장관인 탐 프라이스는 이번에 폐기된 트럼프케어 추진 책임자로 연방 하원에 있으면서 의료 산업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버는데 비상한 수완을 보인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 사이에서 노동부 장관으로 발탁된 알렉산더 아코스타의 과거 경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아코스타는 과거 플로리다에서 연방 검사로 일할 때 제프리 엡스타인(64)이라는 억만장자 성추행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다.
엡스타인은 트럼프와 함께 파티를 즐기기도 했는데 2002년 트럼프는 그를 “훌륭한 인물”이라며 “같이 있으면 재미있으며 미인을 나만큼 좋아하고 그 가운데 젊은 여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추켜 세운 적이 있다.
그는 13살에서 17살 난 소녀 40명 이상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13개월을 복역했다. 지금 플로리다에서는 10년 전 아코스타가 왜 부하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엡스타인과 딜을 해 형량을 낮춰줬는지에 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이 재판에는 트럼프도 증인 리스트에 올라 있다. 엡스타인은 연방 검사에 의한 기소 대신 플로리다 주검찰의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를 인정하고 13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만약 그가 연방 검찰에 기소됐더라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2011년 아코스타는 그를 기소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앨런 더쇼위츠와 케네스 스타를 비롯한 거물급 변호사들이 1년에 걸쳐 연방 검사와 그 가족들의 뒷조사를 하는 등 전방위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복역 중 1주일에 6일은 감옥을 떠나 집에서 일을 하고 밤에만 잠을 자러 돌아오는 생활을 하는 등 특혜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도 ‘무전 유죄, 유전 무죄’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마찬가지임을 보여주고 있다.
억만장자쯤 되는 인간이 왜 수많은 성인 여자를 놔두고 미성년자를 건드려 감옥에 갔는지, 연방 검사가 왜 수많은 증인과 증거에도 불구하고 기소조차 하지 못했는지, 왜 그런 그를 트럼프는 노동부 장관에 지명했는지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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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