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대한 감동이라고나 할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山이라는 것을 느껴본 것은 아마 초등학교(5학년) 때 시골집을 가기 위해 큰 산을 넘었을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것은 여행에서 느꼈던 신나는 감정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자연과 동화되어 높은 산을 넘던 때의 기분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있다.
산을 빙 둘러서 가는 마을 버스가 있었지만 오전 한 차례 뿐이어서 정오쯤 시골역에 도착한 우리는 근처 주막에서 개떡으로 배를 채운 뒤 산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높이 약 1천m쯤 됐을까, 찌는 듯한 폭염은 온몸을 땀으로 젖게했고, 불쾌지수가 최고로 치솟았지만 짜증스럽게 오르던 때와는 달리 막상 정상에 다다르자 세상은 1백80도로 바뀌었다.
저 멀리 산 아래로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산자락 아래 시골마을은 참으로 평화스러운 모습 그 자체였다.
우리는 뛸 듯이 산자락을 타고 내려가 순식간에 마을에 당도할 수 있었는데, 산행을 마치고 개울물에 목을 축이던 그 수박같은 물 맛… 그것을 우리는 늙지 않은 희열… 산을 타는 이유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예로부터 슬기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했다.
선비정신을 대대로 이어온 한국人들이 산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특히 국토의 3분의 2이상이 산으로 덮여 있는 대한민국이야말로 말 그대로 금수강산…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터전을 삼고, 산의 정기를 받고 살아 온 민족이다.
입춘대길이라… 올해도 어김없이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 재재거리는 새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면을 하지 않는 사람임에도 왠지 봄이 오면 늘 왕성한 삶의 의욕으로 큰 기지개를 펴게된다.
좀 더 나은 설계, 나은 미래… 나은 환경을 찾아 그렇게 하루를 희망 속에 맞이하다보니 문득 작년에도 그랬고 또 그 전해에도 그랬듯, 늘 희망만 부풀었을 뿐 현실은 언제나 그 자리, 조급하고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을 뿐이었다. 늘 미래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자니 새삼 삶에 찌든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인양, 세월의 흔적 속에 그 쓸쓸함을 더한다.
한번 해 봐야지 하고서 해 보지 못한 일이, 한번 가 봐야지 하고서 가 보지 못한 곳이 어디 한 두 개뿐이랴. 문득 두고 온 고향, 가슴 속에 늘 한으로 남아 있는 금강산이 떠오르는 것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 또 어지럽게 난무하는 고국의 정세가 하수상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한 탓이리라.
우리 민족의 정서… 아니 얼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금강산을 한번 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 어찌 ‘고려국에 태어나, 금강산을 한번 보고 죽는다면 소원이 없겠다’했던 소동파의 말처럼, 한국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국에도 산이 많지만 금강산처럼 그렇게 사철 새 옷을 갈아입는 아름답고 수려한 산은 없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에도 요세미티라는 명소가 있고 중국에도 다섯 개의 市에 걸쳐 70여 봉우리가 우람하게 솟아 있는 황산이 있지만 맑은 물… 1만2천 봉우리가 조물주의 작품인 듯… 찬란하게 솟아 있는 금강산이야말로 선계나 다름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금강산이 분단의 아픔 속에서 갈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까워 탄생한 곡이 바로 한상억 작곡/ 최영섭 작곡의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었다.
1962년 KBS방송국의 위촉으로 탄생했는데 곡상이 아름답고 자연스러우며 또 민족의 恨인 금강산에 대한 그리움이 잘 묘사되어 급속도로 번져나가 국민 가곡으로 발전하였는데 85년 남북예술단 교환 공연 때 평양에서 불려졌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도쿄 구장에서 도밍고와 파바로티등이 불러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린 곡이다.
작곡가 최영섭씨는 인천 출신으로 경복 중학교 6학년때 작곡발표회를 가질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사실 ‘그리운 금강산’ 한 곡으로 국민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높였으며 또 그 스스로 열렬한 남북통일의 신봉자가 되었다.
누구의 주제련가/ 맑고 고운산 /그리운 만 이천봉… 이라는 가사 중 누구의 주제련가는 원래 누구의 주재(主宰)로서 출판 당시 잘못 인쇄되어 그대로 불리우게 됐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누구의 주재련가/… 분단의 아픔을 삼키고 있는 금강산을 살아생전 다시 한번 볼 수나 있을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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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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