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시작됐다. 새로운 시작은 항상 설렘을 선사한다. 각 팀들은 스프링캠프에서의 고된 담금질을 끝내고 활기찬 희망 속에 2017년 시즌에 돌입했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서도 새 시즌을 맞이하는 LA 다저스 류현진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5년 어깨수술을 받은 이후 야구선수로서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 조차 극히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2013년과 2014년 연속 시즌 14승씩을 거두며 수준급 활약을 펼쳤던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을 받고 1년 만에 복귀했지만 단 한 경기 등판에 그치고 또 다시 수술과 길고 고통스러운 재활에 들어가야 했다. 그랬던 그가 올 스프링캠프 모의고사를 잘 치르고 드디어 선발투수로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의 복귀는 한국리그 출신 첫 투수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던 2013년 한인들이 느꼈던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른 반가움을 안겨준다. 그의 이번 복귀는 피와 땀으로 이뤄낸 역경 극복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은 지난 가을부터 재활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재활을 도운 관계자들에 따르면 류현진은 배수의 진을 치고 엄청나게 강도 높은 훈련 계획을 소화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 누구도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수술 당시 대다수 야구 관계자들은 류현진의 재기가 힘들 것으로 봤다. 그가 받은 왼쪽 어깨의 찢어진 관절와순을 꿰매는 수술은 투수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수술로 꼽힌다. 애써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발언과 기사들이 나오긴 했지만 이 수술이 자칫 류현진의 야구선수로서의 생명을 끝낼 수도 있다는 걸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었다.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수술 후 커리어를 추적한 한 야구전문지 기사에 따르면 복귀에 성공한 경우(400이닝 이상을 던진)는 16%였으며 수술 전과 같은 투구로 롱런한 경우(1,000이닝 이상 던진)는 단 5.9%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개막전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일단 성공적 복귀를 위한 첫 단추는 잘 꿰었다.
하지만 과연 성공적으로 재기했다고 평가 받을 수 있을 만큼 과거 구위와 성적을 회복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는 지금 5.9% 확률을 향한 긴 여정의 첫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라 상대팀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 한인들은 마치 자신이 해낸 일인 양 으쓱해 했다. 지치고 고된 이민생활 속에서 그의 활약은 위로와 즐거움이 되고 생활에 청량제가 돼 주었다. 고국으로부터 어둡고 우울한 소식들만 들려오는 요즘, 류현진의 복귀는 그래서 더욱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투수는 어깨만으로 공을 던지는 게 아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 탐 글래빈은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혀 나오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비록 공의 스피드는 조금 줄었을지 몰라도 류현진에게는 열정과 경험, 그리고 노련미가 있다. 나이도 아직 30에 불과하다.
류현진이 다저스와 맺은 계약은 6년이다. 첫 2년은 순항이었고 지난 2년은 역경이었다. 아무쪼록 남은 기간 동안 대반전의 드라마를 써서 2년 후 프리에이전트로 대박계약을 따냈으면 한다. 그래서 한인들에게 아주 오래오래 즐거움과 자부심을 안겨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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