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예상대로 문재인 후보가 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탄핵정국 그리고 촛불시위로 분출되었던 분노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은 77.2%라는 높은 투표율로 나타났으며 미국을 비롯한 116개국, 204개 투표소를 통해서도 고국의 미래를 향한 마음들이 전해졌다.
보궐선거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예전처럼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준비할 시간도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더구나 문대통령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취임을 하게 되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초에 들어선 김대중 정부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일지 모른다.
이미 저성장기에 접어든 한국경제는 청년실업, 가계 빚,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노인 빈곤, 사회복지 비용지출의 증가 등 수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다. 문정부가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어 공공부문의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터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그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재벌 개혁의 구체적 방법론은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경제적 불안정은 사회적 불안요소를 가져와 ‘헬조선’‘삼포세대’(직장, 결혼, 육아 포기해야 하는 세대)‘흙수저-금수저’ ‘갑질’ 등 자포자기적 표현들을 유행시키고 청년실업, 사회 불평등의 심화에 대한 불만은 촛불시위에서 폭발하였다. 새로운 변화를 이끌 지도자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문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새 정부의 정책과 결과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사회적 불만과 불안요소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한국을 둘러싼 외교 안보 상황도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남북관계는 경색되어 있고 사드배치 논란이 잘 보여주듯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도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있으며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여러 협력사업들이 좌초되며 최악에 이르렀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이 상대해야 할 트럼프, 시진핑, 아베, 김정은, 푸틴 모두 강한 캐릭터에 민족주의내지 포퓰리즘에 기반한 만만치 않은 리더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문대통령은 걱정과 조바심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기 보다는 원칙을 갖고 하나씩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데 집중하고 그들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활용하여 함께 난국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 미사일 실험과 위협,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등 매우 어려운 형국이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커지고 ‘코리아 리스크’도 줄어들 것이다. 트럼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연일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뱉어내는 것도 마땅한 비책이 없기 때문이며 이에 한국이 설득력 있는 논리와 정책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 북한문제를 해결하라고 연일 압박을 받는 중국도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노력을 환영할 것이며 중국에의 과도한 의존을 염려하는 북한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국내외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의욕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의 핵심이었고 두 정부 간 인력풀이 중복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노무현정부의 시행착오를 경험한 학습효과에다 10년간의 보수정부 집권 동안 야당으로 꾸준한 준비를 해온 것은 문재인 정부만의 큰 자산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첫 집권은 실패했지만 재집권에서 롱런하듯이 문재인 정부도 충분히 그러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많은 기대와 산적한 숙제를 동시에 안고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해외에 있는 한인들도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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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 스탠포드대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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