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와서 느낀 것은 미국인들이 남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운 날에도 두터운 겨울옷을 걸치고 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내적인 자유를 잃는다. 그 알량한 체면 때문이다. 체면을 중시하고 체면에 집착하면 체면이라는 오랏줄에 묶인 삶을 살게 된다. 체면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자유마저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한인들은 남의 시선을 굉장히 존중하는 문화권에서 성장했다. 그러다보니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데 자꾸 매이게 되고 그러다보니 내 꿈을 이루는 게 아니라 남의 꿈을 이루어주려고, 내 행복이 아닌 남의 행복을 살려고 발버둥치는 꼴이 되었다.
어느 스님이 출가하여 삭발하고 수도를 시작했다. 몇 년이 흘러가자 다른 스님들은 거의 모두 득도의 경지에 달했는데 그 스님은 십년이 흘러도 득도는커녕 고민만 커져갔다. 옆에서 수도하는 동료들을 훔쳐보며 자신을 비교하며 하루하루를 넘겼으나 자신에게는 변화가 없었다.
동료 스님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에 밤잠도 못 이루니 얼굴은 수척해지고 수도 정진의 기력도 점차 잃어갔다.
생각하다 못해 스님은 유명한 고승을 찾아 나선다. 어렵사리 만나 독대한 고승이 자기를 찾아온 연유를 물으니 이 스님은 자신이 갖고 있는 고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다 들은 고승은 조용히 그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앞에 놓인 책상 위에 올려놓으라고 한다. 꺼내놓을 것이 없는 스님은 그때서야 무릎을 치며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기다.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남을 의식하고, 비교하느라 제대로 수도를 할 수 없었던 스님의 실패담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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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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