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날이면 미국 사람들은 보통 외식을 해서 엄마이자 아내의 저녁 수고를 덜어주는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옆집은 몇 년째 어머니날 피자를 시킨다.
나도 어머니날 저녁을 안 하고 피자를 시키려 했더니 남편과 아들은 피자는 먹기 싫다고 생떼를 부렸다. 잠시 화가 낫지만 일주일에 한번 온 가족이 같이 먹는 저녁이니 이번에도 내가 양보하고 한국식으로 저녁을 차렸다.
초등학생일 때 학교와 교회에서 ‘마더스 데이’라고 뭔가를 만들어서 카드와 작은 선물을 주던 아들은 이젠 다 컸다고 그냥 지나간다. 남편에게 ‘어머니날’ 선물이 없냐고 물었더니 매일 자기 카드로 쇼핑하면서 뭘 더 바라느냐고 한다. 전 같으면 짜증이 났겠지만 이제는 그 말이 사실이니 화도 안 난다.
카드와 카네이션을 주던 안 주던 아들은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그 자체로 나에게 기쁨이고 선물이다. 어머니날에도 집 밥을 먹자고하는 남편이지만, 그런 남편과 가정이 바로 나에게 주어진 선물임을 안다.
일하면서 공부할 땐 아들도 남편도 내가 돌봐야 하는 짐과 같은 존재였다. 아이가 선물이고 가족이 축복이라는 말 대신에 가족을 위해서 희생만 하는 내가 있었다. 우스운 것은 남편 또한 나와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삶이 희생됐다고 억울해 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픔을 경험하면서, 내가 불평한 그 평범한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밥을 해야 하는 의무만 보였다면 지금은 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과, 밥을 할 수 있는 엄마이자 아내라는 특권을 가진 내 모습이 보인다. 더불어 이런 기쁨을 누리게 날 낳아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넘쳐난다.
감사함 속에 매일매일 ‘어머니날’ 선물을 받는다. 가정이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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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 간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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