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는 2년, 대장은 5~10년 주기 검사 적당 증상·가족력 따라 전문의 판단 따르도록 지나치면 돈 낭비·부작용 우려‘득보다 실’
▶ 고령자 경우 부작용으로 더 위험할 수도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건강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한인이라도 흔히 받게 되는 것이 내시경 검사다. 특히 40∼50대를 넘긴 중년층 한인들에게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검사는 건강검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위암과 대장암을 가장 정확하게,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조기 암 진단을 할 수 있다는 내시경 검사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건강 염려가 지나친 일부 한인들 사이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불필요하게 남용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불필요하게 잦은 내시경 검사는 환자 스스로 부작용을 자초하거나 반복되는 검사로 인해 비싼 의료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내시경 검사는 얼마 만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좋은가?’ ‘내시경 검사는 자주 받을수록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부작용은 없는 것인가?’ 등 내시경 검사에 대한 궁금증, 그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 지나친 건강 염려에 내시경 남용
60세 한인 장기환(가명)씨는 지난 4월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50세가 되던 지난 2007년 첫 검사를 받은 이래 올해로 5번째여서 매 2년마다 검사를 받은 셈이다. 50세가 지나면 매 5년∼10년마다 한 차례씩 받도록 되어 있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장씨가 이처럼 빈번하게 받고 있는 것은 특별한 의심 증상이 있어서는 아니다. 단지 혹시 암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장씨의 ‘건강 염려’탓이다.
“주치의는 내시경 검사를 매년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매년 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HMO 보험에서 승인해주지 않으면, 현금을 내고서라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안심이 됩니다. 받지 않는 것보다는 자주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검사주기가 매 2년 정도인 위 내시경 검사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 매 5~10년마다 받도록 되어 있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위해 장씨가 그간 지출한 비용은 1만 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매년 검사를 반복하거나 빈번하게 검사를 받는 것이 그리 현명한 태도는 아니다. 한인 전문의들은 환자들 중 지나친 ‘건강 염려’로 과도하게 내시경 검사에 집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위장내과 전문의는 “내시경 검사가 조기 암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검사를 자주할수록 좋다고는 할 수 없다”며 “쓸데없이 자주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은 경제적이든, 건강관리 측면이든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의심 증상이나 가족력이 없다면 통상적으로 정해진 주기만 지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인들의 경우 내시경 검사에 대한 믿음이 강해 검사 빈도나 비율이 타인종 환자들에 비해 월등이 높아 내시경 검사로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지만 불필요한 검사가 많다. 장씨처럼 건강염려가 과도해 검사를 남용한다는 지적이다.
최명기 전문의는 “검사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조언해도 고집을 꺾지 않는 한인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은 다른 병원을 찾아가 자비 부담을 하고서라도 기어코 검사를 하고 만다”며 “이런 경우, 실제 암 진단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 단지, 건강염려가 지나친 환자의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 대장 내시경 남용 가장 많아
매 2~3년 정도인 위 내시경에 비해 매 5~10년 정도로 비교적 검사 주기가 긴 대장 내시경 검사가 남용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텍사스 대학 연구팀이 메디케어 대상자 2만 4,0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환자의 73%가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대장 내시경 검사의 남용 원인은 대체로 메디케어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검사 주기를 지키지 않는 잦은 내시경 검사는 메디케어가 비용 부담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비용부담이 거절된 사례는 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미 내과의학회는 가족력이 없고, 복통이나 혈변, 체중감소 등의 의심증상이 없다면 10년에 한 번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대장암의 씨앗이 되는 용종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데 5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나친 대장 내시경 검사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환자의 상태나 가족력에 따라 검사 주기를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영직 내과전문의는 “대장 내시경은 50세 이후부터 매 10년 마다 받는 것이 미 학회의 원칙이다. 하지만, 이 기준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며 “1차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된 환자라면, 3~5년마다 검사를 받는 것이 좋고, 가족들 중 대장암 발병 사례가 있는 환자라면 40세부터 검사를 받도록 권고 한다”고 말했다.
미 학회가 권고하는 주기가 불변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명기 전문의는 “50세부터는 매 5~10년 마다 검사를 받는 것이 좋고,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됐다면 용종 숫자나 크기에 따라 검사 주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유 없는 복통을 느끼거나 혈변이 보이는 경우, 주기에 관계없이 검사를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 검사 시기와 주의점은
위암 발병율이 여전히 높은 한인들은 타인종에 비해 위 내시경 검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인들의 경우 위암 발병율이 매우 낮아 미국에서는 위 내시경 검사에 대한 특별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한인들은 한국 의학계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 한인 의사들의 조언이다.
이영직 내과전문의는 “미국에선 위암 발병률이 낮아 미국인 의사들은 한인 환자들이 위 내시경 검사 요구를 하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 내시경에 대한 미국의 마땅한 기준이 없어, 한인들은 한국 기준에 따라 40대부터 매 2~3년마다 위 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매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특별한 환자도 있다. 위 세포가 장 세포처럼 변하는 소위 ‘장상피화생’ 증상이 발견된 경우가 그렇다. ‘장상피화생’은 위 벽의 점막이 소장 벽의 표면처럼 변하는 증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30대에서 11%, 40-50대에서 31%, 60대 34%, 70대 이상 50% 정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내시경 검사가 조기 암 진단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내시경 검사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영직 내과전문의는 “대장 내시경의 경우, 탈수 현상이 지속되거나 저혈압 증상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며, 내시경 도중 장에 구멍이 생기는 ‘천공’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80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내시경 검사로 인한 조기 진단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의가 제시하는 내시경 검사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경우에도 호흡곤란증세를 일으켜 사망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내시경 두께가 점점 가늘어지면서 장천공 부작용 사례도 많이 발생한다. 내시경이 가늘어진 만큼 날카로워져 예민한 장기손상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고, 용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장천공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내시경 검사로 인한 부작용 중 장천공이 52.5%로 가장 많았다. 내시경 소득 불량 등으로 인한 염증도 16.9%나 됐고, 혈관손상 사례도 13.6%로 조사됐다.
위 내시경 검사는 정기 검진 외에도 역류성 식도염, 위염, 소화성 궤양으로 인한 복통, 소화불량 등 상부 소화관 증상이 있는 경우에 받는 것이 좋고, 대장 내시경 검사가 갑자기 변비가 생기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등 배변 습관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길 경우 받아봐야 한다.
하지만, 검사가 좋다고 무작정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몸 상태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지 않고 검사를 무작정 권유하는 의사라면 사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위장 천공이 있는 경우, 폐질환에 따른 호흡장애 증상이 있다면 내시경 검사에 신중해야 하고, 해야 한다면 반드시 산소공급 장치를 준비해야 한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 소아나 70세 이상 노년층 내시경 검사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며, 고협압, 협심증, 부정맥, 천식 증상이 있는 경우 내시경 검사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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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전문의 의견을 따라야 하지만, 위의 고견은 미국학회의 권고사항이라 볼수 있다. 그러나 대장암발병률 세계1위인 한국인과 세계44위 미국인을 기준으로 볼때 위 2분의 의사분의 의견은 합당치 않다고 본다. 생명은 하나이다. 검사를 게을리하여 암발생시 더 많은 의료비용을 지출하는 것과 생명을 잃는 것보다 검사를 자주 받은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