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파격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런 평가를 반영하듯 국정수행 지지율은 8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언제까지나 고공행진을 계속 할 수는 없는 법. 냉혹한 현실과 난제들 속에서 문 대통령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주변의 한결 같은 평은 그가 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입장을 달리하는 인사들조차 문 대통령이 착한 사람이라는 데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가 평생 사람들을 대해온 태도를 보면 이해가 된다. 그가 대통령 취임 후 보이고 있는 소통과 겸손의 행보에서도 이런 선함이 드러난다. 그동안 매몰차고 권위적인 지도자들에 익숙해있던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이러 모습은 일단 신선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선량함에 대한 호감과 그것이 초래하는 정치적 결과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선한 성격의 대통령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정치를 한다 해도 그 결과가 나쁘거나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좋은 정치가 될 수 없다. 결과가 좋으면 선함은 미덕이 되겠지만 나쁠 경우 그것은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결정적 결함으로 매도될 수도 있다.
선량하지만 무능한 사람보다는, 성격은 조금 괴팍해도 상황판단이 정확하고 유능한 사람이 지도자로서 더 적합할 수 있다. 전체를 정확히 판단하고 조망하는 지혜가 결여된 선함은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기적인 의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역사적 사례들은 무수하다. 반대로 선한 의도에서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도 많다.
선량한 유능이 물론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지 못하는 정치라면 그런 선함은 악한 유능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독일의 사상가인 막스 베버는 “선에서는 선만 나오고 악에서는 악만 나오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반대다. 그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어린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치인들, 특히 선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정치인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게 정치다. 정치는 선한 의도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부딪히고 깨지면서 헤쳐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선한 정치인이 꼭 좋은 정치인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맞설 것에는 담대히 맞서는 인내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비난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정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말하는 정치행위다. 문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동료이자 친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노무현은 누구보다도 서민을 사랑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적 불평등은 그의 재임 기간 동안 한층 더 심화됐다.
2014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정치적인 위기를 맞았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다. 당시 오바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꼽아보라는 퓨리서치 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좋은’(good)과 ‘무능한’(incompetent)이었다.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갖고 있던 이미지가 바로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학자 일레인 카마르크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실행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거나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하기 때문에 아니라 실행 능력이 뛰어나야 좋은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 앞에 놓여있는 정치적 환경은 녹록치 않다. 여소야대도 그렇고 언론환경도 그리 우호적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넘어서야 하는 게 좋은 정치다. 의도가 선했다는 것으로, 또 정치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오나 실패를 용서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잘 해야 하는 것이다. ‘선량한 무능’은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
조윤성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하는 것이 정치????
문재인 대통령님 응원합니다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대통령님 이신것을 감사드립니다
정치나 세상 돌아가는거 잘 모르는 저같은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셨어요. . 새로운 문대통령이 선하고 유능한 리더이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