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가 치매에 걸린 먼 친척분과 함께 우리 집을 방문했다. 예전에 뵌 적이 있기에 당당했던 그분의 젊은 시절의 모습만 상상하며 기다렸는데, 다소 쌀쌀한 날 임에도 불구하고 희끗희끗해진 머리에 반바지 차림으로 그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신다. 예전의 그 당당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노인으로 변해 있음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절로 느끼게 된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친척 분은 그 동안 뉴저지에서 몇 십 년간 독신으로 살아오셨기에 챙겨야 할 자식도 없고, 가슴으로 기댈 수 있는 부모님마저 곁에 계시지 않아 오랜 세월 홀로 지내며 본인이 치매에 걸린 사실도 모른 채 외롭게 살아오신 것 같다는 것이다.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특별한 날에만 만났기에 잘 지내시고 계시겠지 마음속으로 안부를 전하다 몇 달 전 갑자기 생각이 나 연락도 안하고 무작정 찾았는데 눈앞의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고 한다. 침대 위엔 옷이란 옷은 다 널브러져 있고 냉장고 속엔 썩은 음식물로 가득 차 있고 그 사이 앙상하게 말라버린 모습을 보며 후회와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암보다 더 무섭다는 병 치매. 주로 노인성 질환으로 알던 치매가 요즘 들어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에도 잦은 술자리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고, 진행속도가 빠른 ‘알코올성 치매’ 환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2050년엔 세계 치매 환자가 1억 명을 넘을 것이고 그 중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늘어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러면서 과연 무소식이 희소식일까 반문해 봤다. 주위에 홀로 사시는 노인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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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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