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prom) 시즌이다. 예쁜 소녀가 찾아왔다. 프롬 드레스로 입을 드레스 같은 한복을 찾는다고 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프롬 시즌이 되면 한복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이 몇 몇 찾아온다. 매장 한켠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복을 보러온 신부가 프롬 드레스를 찾는 소녀의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의아해 한다. ‘프롬 드레스를 찾아서 한복집에?’ 하는 표정이다.
소녀는 엄마와 함께 몇 가지 옷을 입어보며 거울을 보고, 워킹도 해보았다. 소녀가 그러는 동안 말이 없던 신부는 그 소녀가 어떤 옷으로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난 두 번째 예요” 라고 외쳤다.
난 깜짝 놀랐다. “사실 처음에 프롬 드레스를 한복으로 입는다 해서 깜짝 놀랐는데, 왜 입는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 프롬 파티 분위기에 멋지게 잘 어울릴 거예요” 했다. 이어 다른 손님들도 다 함께 의견을 제시하며 멋지다고 입을 모았다. 매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사실은 그 소녀를 모두 힐끗힐끗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이렇게 십대 아이들을 위해 한복을 코디하는 일이 참 즐겁고 흐뭇하다. 지난 해 프롬 시즌엔 어느 백인 소녀가 한복을 드레스처럼 프롬에 입고 갔다. 그 소녀는 몇 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 내가 디자인에서 피팅까지 마쳤다. 그런 작업들은 참 기억에 오래 남는다.
얼마 전에는 어느 고교 한국어 아너 소사이어티 졸업반 학생들이 졸업식장에서 상을 받을 때 한복을 입고 싶다며 매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찾아온 이 학교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졸업식장에서 한복을 입는 것이란다. 이는 학교에서 그 기회를 제공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의 한복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있구나. 그 자긍심이 기특하고 대단하다. 이런 젊은 친구들이 이 사회에 튼튼히 뿌리내리기를 기원한다. 이들이 남기고 가는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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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한복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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