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0일 4곳에서 치러진 연방하원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패를 당했다. 취임 후 계속 죽을 쑤고 있는 트럼프의 실정과 부정적 여론에 편승해 일부 의석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는데 헛된 꿈이 돼 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충격에 빠진 표정이다. 당장의 패배도 패배지만 앞으로 공화당과의 의석 싸움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는 불길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9년 전 오바마의 당선과 연방의회 장악으로 기세등등했던 민주당이 어쩌다 이처럼 초라한 처지가 돼 버린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대선부터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를 깜냥이 되지 않는 인물로 여기던 민주당 지도부는 손쉬운 싸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패했다. 트럼프에 몰표를 준 노동자 계급은 한때 민주당의 듬직한 지지층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경제적 고통과 분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오바마 출마 때는 흑인을 비롯한 소수민족들과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간 덕에 백악관 주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예외적 경우였을 뿐이다. 지금 민주당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과거 한 때 성공을 안겨줬던 전략에 안일하게 머무는 ‘정태적’ 사고에 빠져있다.
민주당의 전망을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선거제도가 그것이다. 대통령 선거인단의 분포를 따져 보면 공화당 강세지역들이 인구비율보다 더 높은 비율의 선거인단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대선이 그랬듯 민주당이 전체 득표에서는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는 지는 일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음을 뜻한다.
삼권분립이 확실한 미국에서 의회권력은 막강하다. 백악관을 차지한다 해도 연방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면 절름발이 권력이 되기 일쑤이다. 민주당은 도심지역에서 지지율이 높고 공화당은 시골지역에서 강세이다. 주 전체의 표를 합해 계산하는 대통령과 상원 선거에서는 인구가 많이 몰려있는 도심에서 몰표가 나오는 게 민주당으로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과반득표만 하면 되는 하원에서는 이런 몰표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51% 이상은 그냥 잉여표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하원 판도에서는 민주당이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보궐선거에서 전패하자 민주당에서는 “우리 브랜드가 트럼프만도 못하단 말인가”는 개탄의 소리가 나왔다. 이런 탄식에 대한 대답은, 매몰차게 들릴지 몰라도 “그렇다”이다. 정치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과녁을 쏘아 맞히는 클레이사격과 비슷하다. 민심은 조석변이고 지지 계층도 수시로 변한다. 그런 움직임을 잘 따라가야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민주당이 살기 원한다면 트럼프의 실정에 기대려는 생각부터 지워야 한다. 선거는 누군가의 손실이 상대의 이익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드러났듯 트럼프가 갈지자 운전을 한다고 해서 유권자들이 민주당 택시에 올라타지는 않는다. 그냥 걸어가겠다고 선택할 수도 있다.
현재의 민주당은 전략, 인물, 열정 그 어느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탈환을 외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민주당의 무력감과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버니 샌더슨 상원의원은 지금의 이런 민주당을 “침몰하는 배”에 비유했다.
수권정당으로서 다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트럼프가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점에 집중하는 모습과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를 움직이는 건 ‘건조한 사실’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유권자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메시지와 과감한 자기 혁신으로 지지자들의 열정을 되찾아 오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어둡다. 당장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하는 것은 물론 어쩌면 트럼프의 재선까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웃을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벌써 재선을 위한 기금모금 활동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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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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