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주 폭탄발언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한국에서 보수가 다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보수, 우파의 맏형 노릇을 해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망한 왕조의 도승지, 사약 받고 깨끗이 끝내고 싶다”고 법정에서 최후 진술해 우파정객의 비참한 신세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한국은 지금 좌파 전성기를 이루고 있다. 참여연대와 노조세력 그리고 반정부 운동을 리드해온 학생회장 출신들이 집권세력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보수란 무엇인가. 전통을 존중하고, 인간조건의 개선을 위한 정부의 개입에 반대하고, 개인적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 평등주의를 지지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그 단점이다. 진보는 그 반대다. 개인적 자유의 존중보다는 평등을 지지하고, 전통 유지보다는 개혁을 원하고, 인간조건의 개선을 위한 정부의 개입에 적극 찬성한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하는 요즘의 정책들은 모두 진보냄새가 물씬한 것들이다. 따라서 개혁이 지나치면 사회가 불안해지는 것이 진보의 취약점이다.
지금 세계에서 진보의 바람이 부는 나라는 주로 한국과 이란이다.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은 핵을 폐기하고 미국에 문호를 개방하고 심지어 여성들의 히잡 자유화까지 검토하고 있어 아우성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 러시아 대통령 푸틴,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일본의 아베 총리는 우파 정도가 아니라 극우에 속한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바다. 나머지 국가들 특히 진보의 상징이었던 유럽마저 보수주의와 우파집권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인들은 성격상 대부분 우파 기질이다. 그런데 왜 좌파바람이 일어났을까. 우파가 극도로 부패하고 빈부의 차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의 상징이 개혁과 변화라면 우파의 상징은 안정과 원칙 그리고 정직이다. 최순실 사건을 살펴보면 한국사회가 원칙과 정직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폭발직전의 화산과 같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국민이 세상이 한번 뒤집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MB(이명박)는 보수가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국에서 보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도 모범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로 선출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건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의 보수가 재기하려면 프랑스의 드골을 본받아야 한다. 드골의 상징은 정직과 변화를 통한 애국이다. 나는 드골이 평민묘지에 묻히고 생활비가 모자라 집도 팔고 기념비도 못 세우게 했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아 그의 고향 콜롱베이를 가본 적이 있다. 파리에서 완행기차로 3시간 간 후 다시 버스로 시골길을 1시간 달려야하는 인구 200명의 작은 마을이었다.
콜롱베이에는 정말 드골 기념관이 없었다. 그가 살던 집이 보존되어 있을 뿐이다. 그의 무덤은 동네 성당 뒷마당 평민묘지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묘비에는 ‘샤를 드골 1890-1970’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장례식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들 누구도 참석 못하게 했다. 모두 드골의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두 번이나 프랑스를 이끌었으나 국민의 지지가 내려가면 두말없이 자진 하야했다. 그는 정직과 변화를 통해 프랑스의 보수와 우파의 상징이 되었다.
프랑스의 문인 앙드레 말로는 “모든 프랑스인들은 과거에 드골주의자였거나, 현재 드골주의자이거나, 미래에 드골주의자가 될 것이다”라고 드골주의를 정의했다. 드골 정신은 좌파와 우파위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우파정객들이여, 보수의 재기를 원하는가, 그러면 드골을 본 받으시라.
<
이철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에 보수가 어디 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