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고국방문 때 일이다. 고속버스를 탔는데 기사가 출발시간보다 늦게 올라오니 차에 타고 있던 몇 분이 소리를 질렀다. “인터넷에 올릴 거야!” 당시 미국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라 그 말이 신종 욕(?)인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며느리가 산후조리를 아들과 둘이 해보겠다기에 내심 걱정했는데, 몇 주 후에 가보니 염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산모들이 수유방법은 물론 산후조리까지 자신의 경험을 유튜브에 올려놓아 클릭만 하면 답이 거기 있었다.
손자의 건강상태는 먹은 우유 양과 시간, 변 색깔과 양(이것도 그리 중요할 줄이야), 몸무게를 기록해 나온 그래프로 나타났다. 평균치 아기와 비교한 데이터를 간단한 그래프로 보는 순간, 나름대로 애 셋을 열심히 키웠다는 경험과 자부심은 주먹구구 같아 명함을 내밀 수 없었다.
올 가을 하버드대학 입학 예정자 10여명이 그룹채팅에서 성폭행과 특정 인종 비하 메시지 등 비도덕적 이야기를 SNS에서 나눈 것이 문제가 되어 합격을 취소당했다. 옛날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 남겨진 데이터 때문에 일어났으니, 잘 쓰면 약이나 못쓰면 독이라는 지킬과 하이드 같은 SNS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실수로 트윗을 하거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라도 내 손을 떠나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지금 우리는 구글링을 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1인 미디어,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빅데이터란 이메일,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오가는 메시지 이미지 영상을 포괄하는 용어다. 집을 나서면 네비게이션 정보로 교통체증 없는 길로 가고, 아마존은 내가 클릭만 해도 나를 데이터 삼아 나를 꿰고 있다.
나는 농경시대에 태어나 여러 시대를 거치며 진화했다. 이 시대가 비록 도덕적 종교적으로 타락했다 해도, 배울 것 깨달을 것 많고 미래까지 기대하게 만드니 이 시대를 사는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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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북산책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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