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가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어제 오늘의 화제가 아니다. 그러나 LPGA US오픈에서 박성현 등 한국인이 1,2,3등을 모두 차지했다는 것은 골프사에 남을 신기록이다. 더구나 이번 US오픈의 베스트10에 코리언이 8명인데 비해 미국인이 한명도 없었다는 것도 US오픈이 시작된 지 72년 만에 일어난 이변이다. LPGA(미국 여자프로 골프)의 쇼크다.
‘US오픈’이 아니라 ‘코리아 오픈’이 아닌가 착각될 정도였다. 미국 여자 골프계에서 스웨덴의 안니카 소렌스탐이 오랫동안 여왕으로 군림한 적은 있으나 한국인처럼 그룹으로 골프계를 휩쓴 적은 LPGA 역사상 없다. 지난해까지 세계1위를 차지해온 리디아 고도 한국계 뉴질랜드인이다. 현재는 한국의 유소연이 세계랭킹 1위다. 요즘 태국의 주타누간과 캐나다의 브룩 헨더슨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코리언들을 따라오려면 멀었다.
박성현의 승리는 역전승이었기 때문에 더욱 드라마틱했다. 박성현은 첫날 73타를 쳐 30위 밖으로 밀려나 전혀 희망이 없어 보였다. 마지막 날에도 펑산산(중국), 최혜진, 양희영에 처져 4위로 출발, 우승 기대범위 밖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그의 드라이버 샷은 이날 무언가 보여 주었다. 18홀을 도는 동안 페어웨이를 놓친 것은 한번뿐이다. 드라이버 평균거리도 256야드로 장타자인 미국의 렉시 톰슨보다 6야드 더 나갔다. 결국 펑산산이 18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 최혜진이 공을 물에 빠트리는 실수가 나와 극적으로 우승(11언더파) 했다. ‘장타 여왕’으로 불리우는 박성현의 괴력은 어디서 나올까. 그는 자신의 장타는 골반턴이 다른 프로들보다 많아 임팩트에서 폭발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 가보면 골프붐이 놀라울 정도다. 부모들이 너도나도 자녀들을 골프 시키느라 야단들이다. 골프열기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전국 초등학교 꿈나무 골프대회까지 생겨났다. 엊그제는 이 대회에서 6세의 서하선양이 기막힌 플레이를 보여 박세리가 직접 격려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박성현의 팬클럽 ‘남달라’회원 15명이 한국에서 날아와 경기 기간 동안 박성현에게 삼계탕을 해 먹이느니 극성을 떤 것도 한국의 골프열기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한국의 여자골프 붐은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을 극적으로 우승하면서 시작된 새로운 스포츠 물결이다. 이번에 우승한 박성현도 “골프를 배우면서 수없이 박세리님에게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수퍼스타 모두가 박세리 키즈다. 박성현은 미국진출에서 박세리의 조언을 얻기 위해 올란도에 있는 박세리 집 옆에 거주지를 정했으며 코치와 캐디, 영어선생도 박세리가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왜 한국의 부모들은 딸들을 프로골퍼를 못시켜 안달일까. 이번 US오픈의 상금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성현이 9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10억원에 가까운 돈이다. 3위의 유소연과 허미정의 상금도 44만2,000달러나 된다. 심지어 꼴찌(60위)를 한 최나연도 1만달러를 받았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2위를 하고도 54만달러를 못 받은 최혜진(17세)이 보기에도 딱하다.
골프만 잘 치면 큰 기업체 회장이 부럽지 않다. 이런 형편이니 딸들을 스포츠인으로 만든다기보다 투자하는 성격을 내면적으로 지니고 있다.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들이 극성이다. 박세리의 아버지도 극성으로 유명하고 최운정의 아버지는 경찰관 직업을 때려치우고 딸의 캐디로 10년간이나 따라다니고 있다. 치맛바람이 아니라 바지바람이 한국 여자골프를 흔들고 있다.
이제 한국 여자골프는 태권도, 양궁과 함께 코리아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등장하고 있다.
<
이철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미국은 골프가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선수들 층이 얇은것 같아요.
여성 상위 시대에 걸맞는 쾌거이나, 골프 좋아 하는 트럼페다 가만히 있을가?. 걱정되네유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