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들에게는 세금을 더 매겨야 한다. 그들만 더 행복하면 불공평하잖아." 오스카 와일드가 했다는 농담이다. 그런데 사실은 농담이 아니다. 같은 돈을 벌면, 싱글들이 세금(income tax)을 더 낸다. 멕시코와 칠레 같은 몇 나라 빼고는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그렇다.
싱글이라서 더 내는 세금을 사람들은 싱글세 또는 독신세라고 부른다. 요새 한국에서 이것 때문에 시끄럽다. 어느 공무원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내 놓은 것이 - 싱글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것. 당연히 싱글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데 세금을 더 내라니,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한국에서 회계사 세무사를 하는 친구들과 하는 카톡 단체방이 있다. 거기서 어제 그 얘기가 나왔었다. 미국은 어떠냐고 해서 아는 놈들 앞에서 아는 체 좀 했다. 소득이 낮은 싱글도 문제지만, 나이가 들면서 소득까지 높아진 노총각 노처녀가 더 문제다. 연봉이 10만 달러만 되어도 4인 가족 가장보다 거의 2배의 세금을 낸다. 부부면 14,000달러만 내면 될 것을 싱글은 27,000달러를 내야한다. 싱글이 한 달에 1,000달러 이상의 세금을 더 낸다는 계산이다(뉴욕시 기준).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싱글들의 반란’은 세금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한국에서 싱글과 부부의 세금 차이는 미국에 비하면 5분 1밖에 안 난다. 가족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가 들어가니까 더 공제를 해줘서 그런 차이가 난다는 것을 똑똑한 한국의 싱글들이 모를 리도 없다.
다만 그들은 혼자 사는 것도 충분히 힘들고 괴로운데, 왜 세금까지 더 내야 하냐는 심리적인 반발, 그리고 결혼하고 싶어도 아파트 전세, 육아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루는 노총각 노처녀들의 서러움. 거기에 하필이면 그 공무원이 불붙은 작은 성냥개비 하나를 던졌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 결혼해서 아기를 많이 갖는 것이 애국자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노처녀 노총각들에게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매기자는, 그래서 억지로라도 결혼을 하도록 만들자는, 그런 단기적인 주장과 시조새 날던 시절의 입법 아이디어는 조세 정책에도, 사회 정의에도 맞지 않는다.
정책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 그 마음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마음이 아니라, 국민 하나하나를 긍휼히 여기는 그런 마음이여야 한다. 그 공무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세금공제 조금 더 받겠다고 결혼했소, 아니면 밤에 사랑하는 사람을 집에 데려다 주면서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결혼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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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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