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를 찾는 사람이라면 관광객이든 이민자든 모두가 지상낙원,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그 첫발을 딛는다. 기자는 교환학생으로 하와이에서 한 학기 대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졸업 후 1년 전 인턴기자로 다시 하와이를 찾았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하와이 커뮤니티와 미주 이민종가역사적 뿌리가 깊은 한인사회에 부푼 기대감을 갖고 인턴기자로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처음 접한 소식은 하와이 한국독립문화원 부지가 일본계 미국인에게 매각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독립문화원은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고 한국으로 수송되었다는 무명애국지사추모비는 그 행방을 알 길이 없다. 하와이에서 한인은 일본, 필리핀 민족보다 인구 수는 적지만 '한류, 코리아’ 를 모르는 하와이 주민은 없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과 더불어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언론이 자리잡아 하와이 동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미주 이민종가로서 하와이 한인사회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그러나 이 자존심은 대외적일 뿐, 한인사회 내부 화합은 아직 먼 이야기로 보인다.
지난 1년은 한국에서는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해외에 나가면 한인사회에 발을 들이지 마라’는 조언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느낀 한 해였다. 한인으로서의 자긍심 보다는 기자 또래 세대들은 한인사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이민 기성세대들은 이민 역사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아무리 내 안에 한인 피가 흘러도 한인사회와 엮이기 싫다는 발상에서 비롯된다. 그래서인지 한인사회 내에서 좋은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돼도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며 세대간의 소통 또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동포와 새로운 이민자들, 차세대들을 포용하고 외국 땅에서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다인종 사회에서 동포들을 위한 정치적, 사회적 목소리를 높여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페스티벌이나 문화행사를 취재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우리 행사이지만 한인보다 로컬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목격한 것이다.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 설 맞이 행사에서 한식을 만들고 나눠주는 대다수가 로컬 봉사자들이었으며 하와이에서 유일하게 한국 전통무용의 맥을 잇고 있는 메리 조 프레슬리 한라함 스튜디오 원장도 백인여성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참석한 코리안 페스티벌은 대외적으로 높아진 위상과 한류열기로 많은 현지인들은 한국행사에 참여하고 도우려 하지만 반면 한인 참가자들의 수는 예상보다 적어 앞으로 이 행사가 ‘한인행사’가 맞는지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운데 해리 김 시장, 문대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며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이민선조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와 후손들에게 그들의 정신을 제대로 이어가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단체, 세대, 지역사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오하나 정신을 지닌 현명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와 함께 정을 나누고, 화합하는 하와이 한인사회를 그려본다. 하와이를 찾는 지인들에게 “하와이에 가서 도움이 필요하면 한인사회를 찾아가세요”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며 1년간 함께 한 책상 정리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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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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