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남원의 흥겨운 농악장단으로 미주한인 이민종가 문화적 자긍심 높이며
▶ 아메리칸 드림 일구어 낸 한인농악단 상쇠... 민간외교사절 참 모습 보여 줘

이기운 단장 하와이 한인농악단
“어릴 적 고향 남원에서 상여 나갈 때 들었던 가락이 이민생활을 하면서 새록새록 생각이 나는 겁니다. 메리 조 선생을 찾아가 장단을 배우기 시작해 한동안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그 가락에 빠져들었어요”다민족사회 하와이에서 한국의 흥겨운 전통 가락을 알리며 상쇠(농악에서 꽹가리를 잡는 사람)로 한인농악단을 이끌고 있는 이기운(1938년생) 단장. 미주한인 이민종가 하와이에서 한국 전통 농악을 널리 알리며 흥겨운 농악 장단으로 한인사회 주요 행사 개막을 알리고 있다.
한인농악단의 개막공연 시작에 대해 이 단장은 “한국일보가 10월9일 한글날을 전후해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한글 큰 잔치를 개최하면서부터”라고 기억한다. 2005년경 한국학연구소에서 한글 큰 잔치 시작을 알리는 농악놀이를 처음 한 것이 당시 행사 참석 학생들은 물론 단체장들에게 큰 울림이 되어 그 이후 한인민속축전을 비롯해 크고 작은 한인 행사 오프닝 프로그램 단골 손님으로 초대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농악단 공연에 제대로 예우를 해주는 곳은 몇 곳이 없다고 아쉬워 한다.
1996년부터 하와이 일본여행업계가 주관하는 호놀룰루 페스티벌과 팬 퍼시픽 퍼레이드에 참가하며 한국 전통가락을 주류사회는 물론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는 한인농악단원 20여명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찾는 공연장으로 달려가 장고와 꽹가리를 치며 흥겨운 한마당 놀이를 펼친다. 돈 보다 더한 가치를 위해 단원들과 함께 공연을 할때 이 단장은 가장 행복하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되고 있다. 이 단장은 “1974년 하와이에 이민 와 유명 자동차 딜러점의 자동차 바디펜더로 2남1녀 사립학교 졸업시켜 시집, 장가 다 보내고 남은 은퇴생활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악장단을 즐기며 지역사회에 원 없이 알릴 수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80을 바라보며 상쇠자리를 이어갈 후진양성을 못해 농악단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고 보니 마음이 착찹하기만 합니다”1993년 하와이 한국성당 경로잔치에서 '백양회'란 이름으로 조직된 한인농악단은 이 단장이 한라함 스튜디오 메리 조 원장과 김지아 선생으로부터 농악단으로 그 모양새를 갖추어 갔다.
당시만해도 하와이에서 한국은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소리가 요란한 장구와 꽹과리 장단을 연습하기 위해서는 인적이 드문 집 뒷산에 오르거나 장고와 꽹가리에 타올을 감싸고 장단을 칠 수 밖에 없었다고. 연습도 쉽지 않았지만 의상 및 소품을 장만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알라모아나 공원 맥컬리 파빌리온에서 1주일에 두 번 공연 연습은 물론 크고 작은 소품 관리와 단원들의 공연장까지 교통편 제공 등 이 단장의 역할은 무한하다. 결국 이 단장이 없으면 이 같은 역할을 대신 할 사람이 없어 한인농악단 맥은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 단장은 "미주한인이민 100주년기념사업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이후 코리언 페스티벌이 올해로 16회째 열리며 한국문화가 하와이에서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정작 하와이 전통무용단과 농악단의 맥은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서럽다"고 한탄한다.
20여명의 농악단들이 한인사회는 물론 로컬사회 크고 작은 행사장에 초대되어 가서 어쩌다 받는 공연 수고비는 많아야 300달러, 대부분 한인사회 행사장 공연은 무료이고 식사 대접도 못받고 물만 마시고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결국 농악단 운영 경비는 이 단장과 단원들이 매월 내는 20달러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농악단의 화려한 의상과 신명나는 장단과 달리 농악단이 처한 현실은 벼랑끝에 서 있는 기분이란다.
현재 농악단은 악기와 장비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연습과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 단장이 직접 수십 개의 악기를 자신의 차로 실어 나르는 실정이다.
한인사회 전체가 보존하고 지원해야 할 문화 예술자원에 대해 정작 한인사회가 철저하게 무관심한 현실속에 이 단장은 내년에 팔순을 맞는다. 이 단장은 자신의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운전이 가능할 때까지 한인농악단을 위해 봉사하겠지만 그 이전에 가락을 이어 갈 후배들이 나서 주길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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