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5홀서 6타 까먹은 박성현 ‘기사회생’ 행운
▶ 2타 줄여 선두 나섰던 유소연은 아쉬운 입맛
에비앙 챔피언십 폭우로 3라운드 54홀로 단축

유소연은 악천후 속에서 치른 첫 5홀에서 2타를 줄이며 초반 공동선두로 나섰지만 그때까지 결과가 무효처리 돼 아쉽게 됐다. [AP]

올해 두 번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 박성현은 첫 5홀에서 퀸터플보기와 트리플보기를 범하고도 날씨 덕에 다시 출발할 찬스를 얻었다. [AP]
“이 모든 게 꿈이었다면…”
악몽 같은 상황을 당하게 되면 흔히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런데 LPGA투어 올해 마지막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첫날 이런 생각이 박성현(24)에게 현실로 이뤄졌다.
14일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482야드)에서 시작된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65만달러) 첫날 경기에서 올해 US오픈 챔피언으로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과 통산 3승에 도전하는 세계랭킹 3위 박성현은 1라운드를 시작하자마자 두 번째 홀(11번 파4)에서 퀸터플보기(+5) ‘9’를 적어내는, 그야말로 ‘참사’를 당했다. 티샷이 러프에 떨어진 뒤 계속 벙커를 전전한 끝에 이 홀에서만 5타를 잃고 말았다.
박성현은 곧바로 다음 두 홀(12, 1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11번홀의 충격을 씻어내는 듯 했으나 14번홀(파3)에서 또 다시 넘어졌다. 이번에 트리플보기 6타를 적어내 스코어가 6오버파로 치솟으며 그때까지 경기를 시작한 선수 60명 가운데 최하위로 밀려났다. 첫 5개 홀에서 6타를 잃은 끔찍한 출발을 보인 박성현은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순간 하늘이 도왔다. 폭우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날씨가 악화되자 결국 경기가 중단됐고 일기예보 상 이날 경기 재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대회 조직위는 그때까지의 경기 결과를 취소하고 이번 대회를 다음 사흘간 3라운드 54홀 토너먼트로 단축해 치르기로 결정했다. 경기를 중단하고 다음날 1라운드 잔여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날 경기를 ‘없었던 일’로 한 것이다. 절반 이상 선수들이 아직 티오프도 못한 상태에서 이 때까지 결과를 남겨두고 잔여경기를 치를 경우 이날 악조건 속에서 플레이를 한 선수들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박성현은 이날 악몽의 스타트로 잃었던 6타를 고스란히 돌려받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할 기회를 잡은 셈이 됐다. 이날 1라운드 취소는 박성현 입장에서 볼때 단순히 이번 대회 우승 기회를 되찾은 것뿐 아니라 현재 도전하고 있는 시즌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시즌 전체에 걸친 상 수상 가능성에도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박성현은 올해 신인왕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수상이 확실한 상황이고 상금랭킹도 유소연을 약 11만달러 차로 제치고 1위이며 올해의 선수상에서는 130점으로 1위 유소연(150점)과 2위 렉시 탐슨(147점)을 사정권 내에서 추격하고 있다. 특히 최저타수상 부문에서 박성현은 평균 69.000타로 1위인 탐슨(68.877)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었는데 이날 이처럼 큰 타수를 까먹었다면 추격이 힘든 처지가 될 뻔 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LPGA 멤버가 아닌 상태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첫날 63타를 쳐 전인지와 공동선두로 출발했으나 결국은 전인지에 우승을 내주고 공동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반면 이날 경기 취소가 세계 1위와 올해의 선수 굳히기에 나선 유소연(27)에겐 다소 아쉽게 됐다. 이날 박성현, 탐슨과 함께 같은 조로 출발한 유소연은 악천후 속에서도 5홀을 치르는 동안 2타를 줄이며 제시카 코다(미국)와 함께 공동선두로 나섰지만 그것 역시 ‘없었던 일’이 됐기 때문이다. 과연 이날의 해프닝이 이번 대회 우승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전인지는 이날 오후 티오프 예정이어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한편 15일에 다시 치러지는 1라운드 스케줄은 원래 이날 1라운드 티오프 스케줄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54홀로 단축된 이번 대회는 15, 16일에 1, 2라운드를 치른 뒤 상위 70명과 타이로 컷오프를 실시하고 17일 최종라운드를 치르게 된다.
한편 올해 벌어진 네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유소연(ANA 인스퍼레이션), 대니엘 강(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박성현(US여자오픈), 김인경(브리티시 여자오픈) 등 한인선수들이 우승한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번 한인선수가 우승, 올해 5개 메이저 대회를 한인선수들이 싹쓸이하는 새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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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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