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간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동네의 한 작은 영화관에서 한국영화 ‘택시운전사’를 상영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 그리고 실제 인물을 소재로 찍었다는 점 정도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영화 속 송강호의 연기와 80년대 생활상을 배경으로 한 내용은 완벽한 하나의 스토리로 잘 짜여 있었지만 때때로 나오는 웃음 포인트는 꼭 필요한 부분인가 의아스럽기도 했다. 나에게도 그때의 광주를 어렴풋이 기억할 만한 일이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90년대 어느 날 큰집에 제사지내러 갔다가 사촌오빠 방에 있는 책 한 권을 우연히 보게 됐다. 여러 장의 흑백사진이 실린 책이었는데 사진 안 많은 사람이 피투성이가 된 채 길에 쓰러져 있거나 군복을 입은 이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그들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게 망가진 그들 중엔 교복을 입은 학생이 있고, 평범한 직장인 하물며 노인들의 시신이 길바닥, 논두렁, 병원 사방팔방에 흐트러져 있었다. 전라남도 소도시들에서 광주로 고등학교 유학을 보냈던 때인지라 어린 자식을 잃거나 해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고 외할머니 또한 말씀해주셨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수천명 사상자를 낸, 한 나라의 같은 국민이 공격을 하고 또 공격을 당한 비극적인 역사이다.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당사자는 아직 멀쩡히 살아있고 그의 명령을 따른 군부대의 부하들은 한국사회의 보수권력층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에 벌어진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갈 길은 아직 먼 것만 같다. 요즘 많은 이들이 적폐청산을 말한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그때의 그 권력자들이 잘못을 깨우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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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 비영리기구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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