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이 한참 넘은 원로목사 한 분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부부란 이런 거라오’라는 메시지와 함게 보내온 듀엣 부부가 부르는 ‘정 하나로 살아 온 세월’이란 노래였다. 남편이 1절을 부르고 2절을 아내가 받아 부른다.
실제 부부인지 몰라도 정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에 정다운 가사에 애틋한 멜로디가 마음을 찡하게 한다. 사랑의 세레나데 같다. 1987년 히트한 노래라고 하는데 그때 미국에 있었고 이민 목회에 가요를 듣거나 접할 기회가 없어 처음 들은 노래다.
지나온 날을 회상하여 무심했고 허술했던 부부의 사랑, 그리고 정을 되새겨 보게 한다. 부족했던 정성과 사랑을 아쉬워하며 노년에 허전함을 느낀다. 영원히 함께 있을 것 같던 아내와 남편을 사별하는 아픔을 겪고 있는 선배 동료들이 주위에 늘어 간다. 목월의 시처럼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죽음을 막아낼 장사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면서 깨닫는 소중한 것이 사랑이요 정이다. 생각해보니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지만 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가는 것 같다. 고운 정 미운 정으로 어려움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아직 곁에 있는 그이를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쏟는 수고가 행복이다.
어느새 곱던 아내 얼굴은 주름이 가득하고 부드럽던 손은 거칠어져 굵은 매듭이 졌고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한다. 안타깝고 미안하다. 세월은 왜 이렇게 인정 없고 쌀쌀맞은지...
아내는 젊어서 연인이요 중년엔 친구이며 노년에 간호사라고도 한다. 감사한 일이다. 겹겹이 쌓여진 묵은 정으로 등을 긁어주며 살아야지 하면서 이런 바람을 중얼거린다.
“사는 날 동안 지나침 없고 모자람도 없는 사랑을 나누다가 ‘난 당신 만나 참 행복했소’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다’ 하며 둘이 함께 눈을 감을 수 있다면 좋겠소.” 오늘은 아내 손을 꼭 잡고 낙엽 휘날리는 가을 길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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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규 / 은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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