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의 어디쯤 와 있을까. 마지막 가는 길은 돈도 권력도 나이도 순서가 없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으니 도시 어디쯤인지 모르지만 늙어가는 길 위에서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건 안다.
이곳은 미국의 서쪽 캘리포니아. 지는 해를 보는 곳이다. 서쪽 하늘에 비스듬히 내려오던 해는 바다 가까이 다가왔다 싶으면 어느새 미끄러지듯이 눈 한번 돌릴 틈도 없이 알 수도 없는 깊은 곳으로 속절없이 빠져 들어가 버린다. 그리곤 텅 빈 하늘의 허망함만이 남아 가슴 한 자락을 찬바람으로 휘익 휘감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보리라. 해가 지기 전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는 그 곱고 아름다운 붉은 빛을. 어김없이 반복되는 계절의 순환같이 누구에게나 시간 역시 똑같은 분배되고 늙음도 온다.
마지막 가는 길을 불타오름으로 장식하는 단풍이나 저녁 해의 노을처럼 고운 빛으로 늙어가고 싶다. 천 년의 세월도 순간으로, 순간의 세월도 천 년으로 헤아린다는 게 부처님 혜안이라 했던가. 고작해야 80~90 살다 갈 우리들은 파도로 부서지는 물방울 하나에 불과하지만 갖기 위해 아우성치고 가진 것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았을까. 받은 상처는 세월이 가면서 딱쟁이도 앉고 그것도 떨어져 희미한 흉터로 남아있지만 내가 준 상처는 상대방에겐 지울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있지는 않을까 되돌아본다.
돌아보면 살면서 돌봄만 받았지 돌봐준 것은 거의 없지 않나 자책해 본다. 능력이 모두 소실된 지금 이제야 알게 된 인생의 뒤안길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본다. 남에게 드러나지 않는 보람된 일을 찾아 몸도 마음도 곱게 늙어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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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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