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서울지역 검찰 내에서 신망이 두텁고 능력 있는 공안통이었던 변창훈 검사가 검찰의 과거 국정원 시절의 파일 뒤지기 수사도중 자살하고 말았다는 슬픈 소식을 미디어가 전하는 아침이다. 안 그래도 인재가 드문 한국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책무를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열심이 다하던, 정치와 상관없었을 젊은 인재가 정권이 바뀌어 자신이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젊은 엘리트의 자존심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었으리라 짐작이 되지만 작금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가 차는 일들과 겹쳐 가슴이 무겁다.
이일을 생각하면서, 유신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정보기관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혀가있던 친구 조영래 (후일 인권변호사로 민변을 만드는데 주동적 역할을 했다)의 아버님을 구정 연휴 때 친하던 친구 몇 명과 세배 드리러 찾아 뵀을 때 영래군의 아버님이 하셨던 말씀이 오늘따라 가슴을 친다. 영래 아버님은 집에 가택조사 나왔던 정보기관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셨다. “이 나라 발전에 정말 내 아이가 방해물이 된다면 내 아이 하나 바칠 각오는 되어있으나 정말 나라 형편이 그러냐”고 도로 물었을 때 정보원들도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숙이더라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 왜 아버님 세대에서 인물이 없는 줄 아느냐. 일제 말과 해방 후 좌우익 싸움에서 양쪽 똑똑하던 학교친구들은 전부 다 서로 죽이는 싸움 속에서 사라졌고, 아버님처럼 중간에 “똑똑하지 못하고 어정쩡하던” 사람들만 살아남았으니 사회에 “인물이 없다”는 말씀이셨다.
지금 운동권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을 보면서, 대학에서 평생 (미국이라는 다른 환경이기는 하지만) 교육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필자가 지금까지 참고 있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각자 자기가 맡은 사회의 한부분에서 그 방면에서만은 자신이 실력이 있다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의 운동권출신 정치인이 없다. 이것은 운동권세대가 대학을 다닐 때의 혼란스럽던 시대적 배경 외에도, 그 당시 현실에서 비겁했던 교수들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쉽게 “B” 학점을 받고 공부를 제대로 안했던 운동권출신들이 정권핵심에 있으니 말이 안 되게 엉터리인 정책입안과 실행을 하는 것이다.
지금 동북아정세를 보면서, 나라가 거덜 날 수 있는 백척간두에 서있는 나라를 맡은 좌파정권이 “적폐청산”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그 옛날 임진왜란, 병자호란 당시에도 조정에서는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었다는 그 치욕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아무리 아름답게 얘기하더라도 지금 문재인 정권에서 적폐청산이란 건 여기에서 보면 정치보복에 불과하다. 선거에 이기고 나면 진 편의 뒤를 캐느라고 세월을 보내는 그들과 그 속의 옛날 친구들에게 말한다. “이제 제발 그만하고 정신 좀 차립시다.”
이 정권의 공정거래위원장이라는 이가 “재벌 길들이기”에 목을 매달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해서 제대로 인생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이토록 어려운 경제현실에서 필자는 말한다. 삼성을 혼내고 있다고 자랑할게 아니라, 삼성 같은 곳이 10개가 더 생길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있어야할 글로벌 환경에서 당신들 정신 나갔느냐고 묻고 싶다.
지금 한국정권에서 하고 있는 것을 몇 년 만 계속해보라. 그 이후엔 대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살아나가려면 기업의 본부를 해외 딴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어진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전공인 필자에게 묻는다면, 현대와 삼성과 LG는 그 사령탑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건의하겠다. 정권은 4년만 잡는 것이다. 정치인들이여. 제발 나라 망칠 일들은 지금 당장 중단하라. 국민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더 이상 불쌍한 “국민” 을 팔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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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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