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현재 한국의 정치 현안에 관한 한 학술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 한 분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련군이 한 반도에 진주 할 때에 미국이 소련에 대해서 절대적 우위에 있었기에 38선을 긋지 않고 소련 보고 한국 땅은 우리가 일본군 무장 해제를 시킬 터이니 소련군은 만주에서 멈추라고 했었더라면 오늘의 남북 분단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머리에는 해방정국의 오만가지 기억들이 떠올랐다. 당시 중학교 학생이었던 형의 학교는 좌익, 우익 하면서 교실에서 패싸움으로 날을 세웠고, 우리 집에서는 온 식구가 형을 집으로 데려오느라 동원되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의 학생들은 서울대학을 종합대학으로 만든다는 소위 국대안 으로 동맹휴학, 패싸움으로 요란했고, 신탁통치 찬성하는 좌익은 남산에, 반탁하는 우익은 서울 운동장에 모여 데모로 시작해서 행진하다가 만나서 패싸움으로 날을 세웠다.
그리고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을 비롯한 해방정국의 지도자들은 암살되고, 대구를 포함한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공장, 철도는 노조탄생과 함께 스트라이크를 일으키는 등, 한마디로 전국이 극도의 혼란으로 빠져 들었고 진정되려는 기미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역사의 만일은 없다고 하지만 만일 소련이 만주에서 멈추고 미군이 한반도 전부의 치안을 담당했었더라면 그리고 중공군과 같이 항일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출신, 김일성같이 소련군에 가담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한반도에 몰려들었다면 해방정국은 혼란 정도가 아니라 일부는 산속으로 들어가서 소위 빨치산 활동으로 내전상태에 빠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은 현 상태에서 몇 개의 나라를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로지 종교가 다르기에 둘로 갈라졌고 그래서 안정적으로 두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 키프로스(사이프로스)섬은 두 정권으로 나뉘어 그리스 계통의 사람들의 정권이 국토의 60%, 터키 계통 정권이 35% 그리고 국제 연합 감시단이 2.6% 정도의 땅을 차지하며 가운데에 끼어서 양국의 충돌을 막고 그리고 영국군이 2.7%의 땅을 차지하며 군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간의 평화정착으로 이제 키프로스의 두 정권은 서서히 무역을 하며 하나의 시장 경제권으로 접근하고 있다.
반면 예멘은 터키(오스만 투르크)와 영국의 합의로 예멘 사람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터키는 북쪽을, 영국은 남쪽을 분할하여 통치 하였다. 그 후 오스만 투르크가 멸망 후 북쪽은 북예멘이란 보수봉건국가가 탄생했으나 남예멘은 러시아의 후원으로 사회주의 국가형태의 정권이 이어져 오고 있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남북 예멘은 무력 충돌 중이다.
헨리 키신저가 한국인에게 자괴감을 주는 말을 했다. ‘강대국은 질서를 만들고 약소국은 질서를 따라야한다.’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한국에 대한 강대국들의 질서란 한국의 남북분단과 완충지대 일 것이다. 그러니 이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한국은 인도, 파키스탄이나 키프로스 섬나라와 같이 나뉘어 평화공존 할 것이냐 아니면 남북 예멘처럼 무력 충돌을 지속 할 것이냐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이런 긴 글을 쓴 이유는 지금 일부에서 미국이 북한에 폭격을 해서 김정은 정권을 말살시키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리고 이 바람은 김정은 정권 붕괴는 곧 남북통일이라는 생각이 그 바탕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김정은 정권이 없어진다 해도 결국은 중국이 뒷배가 되어주는 또 하나의 북한 정권의 탄생뿐일 것이다. 그리면서 북폭은 단지 한국인의 많은 희생만을 가지고 올 것이다. 한국은 냉철해야 한다. 한국은 남북분단을 숙명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숙명 속에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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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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