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중카메라 관찰로 드러나는 ‘심해 생물의 먹이습관’
▶ 해파리와 갑각류는 주요 먹잇감, 해파리 은하계는 기다리다 먹이 꿀꺽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 연구소가 원격조종 수중탐사 장치를 내려보내고 있다. 이 로봇 카메라가 해저 2.5마일 아래까지 내려가서 심해 생물들의 먹이 습관을 관찰했다.
➊ 오렌지 색 촉수가 커튼처럼 늘어져 있는 은하계의 관해파리는 가만히 기다리다가 어떤 것이든 헤엄치다가 걸려 들어오면 그대로 먹어치운다.
➋ 고나티드 오징어는 자기 몸보다 큰 물고기도 촉수의 고리와 흡착 컵으로 움켜잡고 뇌를 뚫은 다음 식도를 통해 살을 뜯어먹는다.
➌ 오징어가 오징어를 잡아먹고 있다. 동족을 잡아먹는 일은 심해에서 흔한 일이다.
➍ 큰 접시 모양을 하고 있어서‘디너 플레이트 젤리’라고도 불리는 젤리과의 솔미서스.
깊은 바다 속 생물들이 어떤 먹이사슬로 생태계를 이어가는지 해양학자들은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러나 연구를 위해 사람이 직접 어둡고 광대한 해저 심연으로 들어갔다가는 수압에 의해 사망하거나 자기가 먼저 배고픈 바다 생물의 먹이가 돼버리고
말 것이다.
다행히 사람을 대신해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이 내려가 거의 30년 동안 해저 생물을 관찰해주었다.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
연구소(MBARI·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가 중가주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속에 설치한 이 원격조종 로봇 카메라는 무려 해저 2.5마일 아래까지 내려가서 심해 생물들의 먹이 습관을 관찰했다.
그 결과 학자들은 84종의 포식자들과 82종의 먹잇감으로 구성된 242종의 독특한 먹이그물 관계를 밝혀냈다. 이 비디오는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진 과거 연구들을 기반으로 하여 심해의 먹이그물, 특히 젤리 피시에 대한 이해를 크게 향상시켜주었다.
한때 이 흐늘거리는 액체 덩어리는 먹잇감이 못 된다고 생각된 적이 있다. 그러나 수중탐사선에 장착된 카메라 덕분에 이런 젤라틴 동물류는 해양의 포식자가 아니라 복잡한 상호관계의 먹이그물 속에서 중요한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오는 먹음직스런 붉은 참치는 이러한 먹이사슬에서 최고의 육식동물이다. 그러나 이 참치도 바다 밑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먹이그물이 없었다면 포획되지 못했을 것이다. 참치 어선 아래로 수마일 내려간 해저 바닥에서 갑각류, 벌레, 물고기, 젤리, 오징어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그물이 없었다면 말이다.
최근 왕립학회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된 이 연구를 주도한 아넬라 초이 MBARI 해양생물학자는 이 비디오 자료를 “굉장히 중요하고 너무나 흥분된 연구였다”고 말하고 “해양 생태계의 연결성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발견된 몇 가지 해저 생물의 먹이그물을 살펴보자.
▲해파리 은하계
오렌지 색 촉수가 커튼처럼 늘어져 있는 이 생물체가 정확히 어떤 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닥터 초이가 은하계의 관해파리(galaxy siphonophore)라고 이름 붙인 이 생물은 물속에서 가만히 기다리다가 어떤 것이든 헤엄치다가 걸려 들어오면 그대로 먹어치운다.
깊은 해저에서는 먹이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여기 사는 생물체들은 그 환경에 적응하느라 무의미한 먹이를 잡기 위해 촉수를 사용하지 않는다. 갑각류와 심지어 젤리 같은 잔사식류(detritivores)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다른 물고기들이 먹다가 떨어뜨리는 부스러기, 해저 바닥에 가라앉는 썩어가는 유기물질이나 플랑크톤을 먹으며 산다. 큰 턱을 이용해 자기보다 큰 뱀을 통째로 삼키는 검은 물고기도 있다. 수많은 다른 종들이 혹독한 환경에서 배를 채우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준다.
▲잔인한 오징어
바다 중층에 많이 사는 두족류(문어, 오징어 류)인 고나티드(Gonatid) 오징어는 먹이 사슬에서 포식자와 먹이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엄청난 신진대사를 갖고 있는 게걸스런 두족류는 끊임없이 먹기 때문에 바늘치(lantern fish), 아울 피시(owl fish), 드래곤 피시(dragon fish) 등 심해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이 오징어는 사이즈가 6인치의 작은 것에서 1피트 되는 것도 있지만 자기 몸보다도 큰 물고기를 거침없이 해치운다. 촉수에 줄지어 붙어있는 고리와 흡착 컵으로 먹이를 움켜잡고 부리로 물고기의 뇌를 뚫어버린 다음 뇌의 한 가운데 있는 식도를 통해 물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삼키는 것이다.
▲동족상잔
고나티드 오징어는 고나티드 오징어를 먹는다. 동족을 잡아먹는 일은 심해에서 흔한 일이다.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자기 종에서 경쟁자를 먹어치움으로써 식량을 더 확보하고 더 많은 교미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들끼리만 서로 먹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의 오징어, 황새치, 주먹코 고래, 향유 고래, 코주머니 물범 및 기타 해양 동물도 고나티드 오징어를 먹는다.
▲닥치는 대로 먹는다
젤리과에 속한 솔미서스(Solmissus)는 큰 접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디너 플레이트 젤리’라고도 불린다. 해양 연구 비디오에서는 솔미서스가 빗해파리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비디오로 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빗해파리는 손에 잡히는 순간 분해되기 때문이다.
깊은 바다에는 강수모류 순(narcomedusae order)의 해파리가 아주 풍부하다. MBARI의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다른 젤라틴 동물, 특히 강장세포 또는 빗 젤리, 벌레와 새우를 포함하여 거의 20여종의 다른 해양 생물을 소비하는 주요 포식동물이다.
▲갑각류는 디너롤
심해에서 새우 같은 갑각류는 어느 식탁에나 기본으로 오르는 디너롤과 같다. 갑각류는 어디에나 있어서 모든 바다 생물이 이들을 먹는 것이다. 그러나 빗해파리의 갑각류 포식은 관해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것은 모든 종류의 갑각류를 먹지만 중가주 해안에 풍부한 나노미아 관해파리는 마치 여과 섭식하는 고래처럼 거의 전적으로 새우만을 먹고 산다.
[사진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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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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