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나는 반다지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이 글은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일부다.
하나 더 있다.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 글은 함석헌이 쓴 ’그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의 일부다.
한국 여자 컬링이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내가 두 시인의 글을 이렇게 길게 옮긴 이유도 컬링이든, 사업이든, 결국은 완벽한 팀워크가 맞는 <내 사람>에서 승패가 난다는 생각을 경기를 보는 내내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경 선배’가 빙판위에서 스톤을 던진 뒤, ‘영미야, 영미야’ 부르면, 그 ‘영미’는 열심히 빗질을 해서 속도와 방향을 유지 또는 변경한다. 죽어라 빗질만 하다보면 방향감각을 잃을 수 있는데, 그것을 바로 잡아주는 것은 멀리서 보는 다른 동료의 몫이다. 결국은 전체가 함께하는 호흡이고 팀워크다.
잘 던진다고만 될 일도 아니고, 빗질만 잘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컬링도, 사업도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다. 멀리 평창까지 갈 것도 없이, 지금의 내 사무실이 그렇다. 하긴, 우리들 삶 자체가 그 '내 사람'을 찾아가는 굴곡의 여정일지도 모른다.
<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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