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ICBM 실험 중지, 핵실험장 폐기, 경제 총력 노선 결정에 정반대 시각
▶ 전문가 “북한 결정에 두 갈래 측면 있어… 김정은-폼페이오 회동 결과 반영된 듯”

남북정상회담 경호·의전·보도 분야 3차 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김상균 국정원 2차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김창선 국무부 위원이 23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3차 회의를 마친 뒤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연합>
북한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 등을 결정하자 한국의 여야 정당들은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들은 “북한이 핵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북한이 핵 폐기를 거론하지 않고 핵 보유를 선언한 셈이므로 기만술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북한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을 열어 핵 실험 중지와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 등이 포함된 결정서를 채택했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는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며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부 핵시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으로, 이곳에서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총 6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졌다.
결정서는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 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가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보고에서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핵 실험 등을 중지한다는 북한의 발표에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환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의 핵 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이라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여야 정치권은 북한의 결정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북한의 선언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 민족이 평화롭게 공동 번영하는 열망이 담긴 합의를 이뤄가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 정상이 미리 신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도 “북한이 핵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첫 사전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수많은 살라미 전술로 ’핵 폐기 쇼’를 하고도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사례가 무수히 많다”며 “이번 선언도 위장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북한은 핵실험 중단이 아니라 핵 폐기를 발표했어야 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완성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의 인식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의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앞선 북한의 비핵화 관련 선제 조치를 반기면서도, 북한이 핵보유국 입장에서 핵 능력을 일단 현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북한의 이번 결정에 대해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 중지 결정에는 긍정적 측면과 경계해야 할 측면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첫 단추를 끼운 셈”이라며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성의 있는 조치’를 먼저 보여 달라고 주문한 데 대해 북한이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핵 폐기를 언급하지 않고 핵 보유국으로서 핵 군축을 하겠다는 식의 논리를 편 것은 경계해야 할 점”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를 선언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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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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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맞어..
아멘입니다
문재인 이 인간은 신뢰가 안간다. 양아치 셰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