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텍사스, 휴스턴에서 거행된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이 미 전역에 중계되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미국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나라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첫째는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클린턴, 그리고 오바마 등 4명의 전직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를 포함해서 4명의 퍼스트레이디가 장례식에 나란히 참석한 모습이었다. 장례식 직후 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서로 정치 색깔이 다르고 정당이 다른 전직 대통령 부부들이 장례식에 참석하여 같이 슬픔을 나누는 광경은 한국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신비함’ 을 안고 있었다.
한국은 지금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갇혀있는 비극을 안고 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외지 하와이로 망명하여 숨을 거두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는 저격을 당해 목숨을 잃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교도소 생활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을 안고 있는 나라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재직 시 비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일단 현직을 떠난 대통령에게는 그런 비리들의 법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정치풍토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한국에도 이런 정치풍토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미국의 경우처럼 한 영부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모든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들이 장례식에 함께 참석하여 애도를 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두번째는 93세의 아버지 부시가 휠체어를 타고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모습 가운데서 미국사람들의, 특히 상류사회의 사람들의 나라 사랑하는 역사를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 부시는 대학 재학 중 해군에 자진 입대했다. 그는 1944년 미 해군 항공모함의 뇌격기 조종사로서 태평양 전선 최전방에서 일본군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해 9월 그가 몰던 뇌격기는 일본 남쪽 오가사하라 제도 인근에서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해상에 추락했다. 그는 낙하산으로 간신히 탈출해 해상에 4시간 동안 표류하다 마침 인근에 있던 미 해군 잠수함에 구출됐다. 그는 당시 입은 부상으로 전상자들이 받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아들 부시도 택사스주 주방위군에 자진입대, 병역의무를 마쳤다.
한국의 헌법은 국방의 의무를 국민의 3대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정치인이나 상류사회 사람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풍조가 팽팽하다. 오히려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뭔가 좀 부족한 사람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재 국회의원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병역 의무를 필하지 않은 수가 30%가 넘는 것 같다. 많은 정치인들이 병역 미필자들이다.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하는 장관을 비롯해서 대통령 지명직 후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병역 미필로 인해 곤욕을 치르거나 낙방을 당하는 경우를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 자주 보고 있다.
6.25 남침 전쟁 때 미국 육군 두 사령관의 아들이 참전했다.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의 아들 지미 밴 플리트 중위와 2차 대전 연합군사령관 아이젠하워 장군의 아들 존 아이젠하워 소령이었다. 폭격기 조종사인 지미 밴 플리트는 한국전선에서 전사했다. 1952년 3월 19일 압록강 남쪽 순천 지역을 폭격하기 위해 출격 중 실종, 목숨을 잃었다. 그리하여 6.25 남침 전쟁 중 3만 여명의 미군이 지미처럼 전사를 했다.
그들은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비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만나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것이다. 당시 1952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아이젠하워 장군은 한국전선을 방문, 아들 존 소령을 만났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인 아들 존은 유럽을 비롯해서 여러 지역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했지만 야전경험은 한국에서뿐이었다.
언젠가 한국의 정치풍토가 바뀌어 바버라 부시 여사 장례식이 보여준 아름다운 모습을 한국 국민들도 바라보며 경험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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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욱 / 워싱턴버지니아대 교수 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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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정치보복이 무엇을 말하는지 눈으로 보고 배워라. 선진국에만 가능하다. 개발도상국가와 후진국 한국에는 100년후에나 가능하다
병역을 마치지 않은 한국의 정치인들보다, 그것들을 뽑아주는 국민들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