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줌마 M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언니, 과일 주문하는데 같이 하실래요? 요즘 골드 키위가 맛있어요.” M 덕분에 나는 뜻하지 않게 맛있는 과일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아줌마 K는 한국시장을 보러 가서 전화를 한다.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장보러 온 김에 필요한 거 있으면 사 갈게요.” 그러면 나는 파나 생강 같이 소소한 물건을 부탁한다. K의 전화로 멀리 있는 한국시장을 가지 않아도 되었다. 또 다른 아줌마 S는 “그 이야기 내가 대신해줄게요. 그리고 그거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일이 사르르 눈 녹듯이 풀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귀찮은 일에 굳이 나서주는 사람들, 즉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다.
오지랖이란 단어는 순 우리말로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이 단어는 ‘오지랖이 넓다’로 주로 사용되는데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면’이 있다는 뜻이다. 긍정보다는 부정의 의미가 강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런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로 인해 많은 이익을 얻으며 살고 있다. 그러고보니 낯선 미국에서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살았지만 외롭고 힘들지 않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그 사람에게 이거 필요할 거 같은데... 이 일은 내가 해 줄 수 있을 거 같은데…’와 같은 오지랖이 삭막해지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기름지게 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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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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