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에서 오신 수녀님께서 창세기 특강을 해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이야기 중, 아브라함이 사라에게 자신의 누이라고 거짓말을 하라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색다르게 해석을 하셨는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아브라함은 기근이 들어 이집트로 내려가던 중, 그곳 사람들이 아내 사라를 보고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 사라에게 자신의 누이라고 말하게 한다. 아브라함의 말대로 이집트인들이 보니 사라는 과연 아름다운 여자였고, 그리하여 사라는 이집트 파라오의 궁전으로 불려가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파라오가 아브라함과 사라가 부부임을 알게 되어 아브라함에게 따지지만, 결국 둘은 목숨은 유지한 채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수녀님 말씀 중 내가 감동을 한 부분은 타지에서 떠돌이 약자로 당한 수모와 고통을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함께 견뎌냈던 것이라며 가정은 그렇게 함께 견디어내는 것이라는 대목에서였다. 부부로서, 형제로서, 가족으로서 살아가면서 원치 않는 사건을 만났을 때, 그 사건으로 누군가 고통스러울 때, 가족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서로 이해해 주고 함께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이 눈물겹게 다가왔다.
내가 가정이 깨지고 만신창이가 되어 미국에 왔을 때 언니와 오빠는 나를 품어주고 함께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내줬다. 지금은 또 동생이 뜻하지 않게 소용돌이에 휘말려 좌초되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는 함께 견뎌내고 있다. 사는 동안 고통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고, 우리는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함께 견뎌낼 뿐이다.
<송일란 / 교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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