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자체에 열광하는 팬들은 도핑에 관해서는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태도를 갖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Leif Parsons]
월드컵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6강에 이어 8강, 4강, 결승으로 이어져 7월15일 막을 내리는 월드컵 경기 때문에 전 세계인의 시선은 러시아로 쏠려있다.
그런데 경기장을 벗어나면 오래된 논란이 다시 한번 일고 있다. 바로 도핑(doping) 문제다.
지난 주말 영국 일간지 선데이 메일은 부상으로 자국 월드컵 팀에서 제외된 러시아 선수 루슬란 캄보로프는 18개월 전에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과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FIFA는 이에 대해 축구 선수들이 규칙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FIFA의 부인과 관계없이 이 이야기는 거의 스캔들이 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요즘 축구 팬들 사이에서 도핑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자 다들 어깨를 으쓱하고는 지나가는 추세다.
왜 그럴까? 우선 약물 사용은 축구에서 새로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에이잭스와 네덜란드 팀의 스타 플레이여였던 자니 렙은 2013년 인터뷰에서 경기 전 앰페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페인 선수들이 인공적으로 산소화된 피를 받아 실력을 향상시켰다는 주장이 있었다. FIFA는 약물을 사용한 선수를 월드컵에서 퇴출시킨 적이 있는데 1978년 스코틀랜드의 윌리 존스턴 선수와 1994년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였다.
이와 함께 최근 몇년간 프로 스포츠에서 꾸준히 흘러나온 도핑 이야기의 흐름을 볼 때 지금쯤 많은 팬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수준에서의 약물 사용은 엘리트 스포츠의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 예로 축구는 놀라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항상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 한편 성공의 기회는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 아미트 카트왈라가 지적했듯이 2006년 독일이 월드컵에서 3위를 했을 때 선수들이 볼을 가지고 있던 매번의 시간은 평균 2.9초였다. 그런데 2014년 우승했을 때 그 시간은 0.9초로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최고 수준의 축구선수들은 태클 당하기 전에 볼을 패스하는 데 훨씬 짧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팀들이 해야 하는 엄청난 수의 게임은 선수들의 지구력에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각각의 극소한 이점도 중요하고 거기에 어마어마한 돈과 명예가 달려있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체력을 증가시킴으로써 불법적인 이익을 추구하려는 압력이 때때로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축구 팬들은 도핑에 관해서는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마치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맛있는 치킨 너겟을 주문할 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면 그렇게 편안하게 먹지 못하게 된다는 심정과 같은 것이다.
어쩌면 피파 당국이 좀 더 실용적인 시각을 갖게 되어 도핑이 경기의 피할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그것을 불법화하기보다 규제하려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까지 우리는 아름다운 경기를 둘러싼 순수함의 베일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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