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깊은 산중에서 노부부끼리 호젓하게 살다가 예상에 없던 어린아이들이 찾아들면서 조용하던 집안은 웃음과 생기, 활력이 넘쳤다고 한다.
북가주 레딩 산속에 살던 70대의 에드워드와 멜로디 블렛소 부부에게는 문제 많은 손녀가 한명 있었다. 4살 에밀리와 5살 제임스의 엄마로 현재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셰리이다. 몇 해 전 셰리가 갓난아기들을 키울 수 없다고 했을 때 “그렇다면 우리한테 보내렴” 하고 노부부는 선뜻 증손주들을 맡았다.
엄마 복 없던 아기들은 증조부를 잘 만난 덕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대자연 속에서 마음껏 흙장난을 하고 숲속을 뛰어다니며 부러울 것 없이 자랐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아이들은 증조부를 잘못 만났던 것일까. 할아버지는 지금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자책에 사로잡혀 있다.“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내 생명이라도 내어놓을 겁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던 걸까요. 두 어린 천사를 얻었는데, 그 빌어먹을 불 속에 남겨두다니.”
화마가 캘리포니아를 덮쳤다. 화씨 100도를 넘는 뜨거운 기온, 바싹 마른 초목, 나무뿌리도 뽑아버릴 만큼 강한 바람이 만나면서 10여개 산불이 30만 에이커 이상을 불태웠다. 대부분 삼림지역이지만 불길이 인가로 번지면서 31일 현재 가옥 800여 채가 불타고 4만 명이 대피상태이며 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3명이 블렛소 할아버지의 식구들이니 그는 후회와 자책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그때 집을 떠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하는 후회이다.
지난 23일부터 카 산불이 북가주 샤스타 카운티 일대를 휩쓸고 있었지만 할아버지는 그 불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으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 26일 할아버지는 병원 약속이 있어서 차를 몰고 외출을 했다.
집을 나온 지 15분쯤 지났을 때 부인 멜로디로부터 전화가 왔다. 불길이 집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으니 빨리 돌아오라는 말이었다. 이어 증손주 제임스도 전화를 했다. “할아버지, 빨리 와서 구해주세요.”
가족이 대피를 하려면 자동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 집에는 차가 한 대 뿐이었다. 할아버지가 차를 몰고 돌아가야 가족들을 피신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할아버지는 서둘러 차를 돌리고, 인근에 사는 아들들과 손녀들도 모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불길이 너무 세서 누구도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화마가 집을 잿더미로 만든 후 현장에 가봤지만 할머니와 아이들은 없었다. 구조대가 와서 대피시킨 것 같다는 말, 어느 대피소에서 멜로디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는 말에 인근 대피소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사였다. 28일 전해진 것은 할머니와 증손주들의 사망 소식이었다. 집을 비웠던 15분이 할아버지에게는 두고두고 한이 되고 있다.
산불이 해마다 더 잦아지고, 더 길어지고, 더 격렬해지고 있다. 화마가 휩쓰는 곳마다 평생을 바쳐 일궈놓은 삶들, 소중한 생명들이 위협받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면 정부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산불에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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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찌 이러한일이!! 할말을 잊었다. 며칠전부터 뉴스를 보고 저려오는 가슴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나도 눈에 넣어도 쓰리지 않은 손주와 손녀가 있다보니 나의일같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