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방문한 A씨는 꽃을 사기 위해 꽃집을 찾았다가 아침부터 욕을 바가지로 들었다. 요즘 꽃집 찾기가 힘들어졌다고 무심코 한 마디 한 것이 화근이었다. 꽃집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정치인 개xx들이 꽃집 다 죽이려고 ‘김영란 법’인지 뭔지 만들어 가지고…” 등등 하면서 주변 꽃집이 다 망했다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실제로 청탁 금지법인 ‘김영란 법’이 시행된 후 꽃을 뇌물로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한국 화훼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힘든 건 꽃집만이 아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 감소,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회식 감소 등으로 거의 모든 자영업자들이 IMF 때보다 어렵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이 중 드물게 잘 되는 업소가 있다. 평양냉면 집이다. 요즘 한국에서 이름난 냉면 집은 문 열기 전부터 손님들이 늘어서는 바람에 땡볕에 수십분 씩 기다리지 않으면 한 그릇 얻어먹기 힘들다. 전에 별로 없던 젊은 층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원인의 하나다.
이처럼 냉면 손님이 는 것은 한국 날씨가 덥기도 하지만 지난 4월 판문점 회담 때 북한 김정은이 옥류관 냉면을 가져와 맛있게 먹기 시작한 탓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날 이후 한국에서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3대째 지도자 수업을 받아서 그런지 의젓하고 자신감 있어 보인다”부터 “예절 바르고 믿음성이 있어 보인다” 등등. 정상회담 전 15%에 불과하던 한국민의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는 회담 후 65%로 급등했다.
그러나 냉면집이 잘 되고 김정은 신뢰도는 올라갔지만 요란했던 4.27 남북회담과 6.12 미 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한 핵 폐기 문제는 요즘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회담 직후 트럼프는 미군 유해 200구를 돌려받았다며 의기양양했으나 그 후 한 달이 넘어서야 그 ¼ 수준인 55구를 겨우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싱가포르에 가 북한 핵 폐기를 촉구했다가 노동신문으로부터 ‘주제 넘는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라는 논평을 통해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입을 놀려 댄 것”이라고 욕을 먹었다. 이 신문은 이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무례 무도한 궤설”이며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비난했다.
북핵 폐기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강도 같은 요구를 했다”며 빈손으로 돌려보내고는 핵과 미사일 폐기가 아니라 오히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30일 북한이 평양 인근 산음동 시설에서 ICBM 1~2기를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 관리들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이 핵무기에 필요한 핵분열성 원료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은 계속 개발하면서 종전협정과 남북경협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결국 남북미 정상회담은 핵 폐기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쇼였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려고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그 호들갑을 떨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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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외에는 답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