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한 아침, 마음의 창을 여니 신선한 기운이 내 영혼을 휘감는다. 커피를 진하게 우려내려 잔에 담아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내 나이가 환갑이란다. 도대체 언제 내 나이가 이렇게 된 거야, 화살같이 흐른 세월 속에서 인생을 제대로 산건가, 무엇을 위해 여지껏 달려온 건가… 밑도 끝도 없는 질문과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름대로 살아오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40년 가까운 세월 남편의 목회를 돕고 재정 설계 일을 해오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무엇이 성공적인 삶의 훈장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바로 “용서”였다.
내 기준으로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 일들과 사람들을 용서하려고 내 딴에는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러고 나서는 기념비를 하나씩 세웠다. “난 이 사람을 용서했어. 넌 참 잘했어!” 그리고 용서한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기념비를 열심히도 세워 나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수두룩한 이 기념비들이 결국 부끄러운 내 자랑으로 다가왔다. 용서는 분명 아주 잘한 내 삶의 훈장이다. 그런데 왜 용서한 것을 기억해야만 했을까… 내가 이렇게 용서했는데 나에게 이럴 수 있나 하고 다시 끄집어낸 용서는 진정한 용서가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 진정한 용서였다면 그 사람을 용서했다는 것조차 기억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다 마신 커피잔을 꼬옥 잡고 그래! 오늘부터 용서의 기념비를 허물어야지 다짐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안으로 들어와 화장대에 앉았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향해 늘 해오던 습관대로 오늘도 나를 만나게 될 모든 분들에게 드릴 환한 미소를 연습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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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임 / 재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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