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연일 9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처럼 뜨겁고 견디기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입맛도 떨어지고 무엇을 먹어야 입맛이 나고 시원한 여름을 보낼까 하고 생각할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냉면이다. 요즈음 대형 한국 그로서리 마켓에서 냉면 육수를 팔고 있지만 역시 정성이 들어간 고기국물을 만들어야 제 맛이 난다.
남편과 나는 고향이 평안도라 특히 냉면을 좋아한다. 그러기에 오랫동안 냉면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해 보았다.
오래전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회를 어느 작은 교회에서 가진 적이 있었다. 예배가 끝난 후 친교실에서 식사가 들어오는데 사발에 담겨진 비빔냉면이 들어왔다. 다들 웃으며 무슨 냉면이 이렇게 먹다 말게 조금밖에 없어하며 젓가락을 들고 비빔냉면을 먹었는데 입속에서 사르르 녹을 정도로 감칠맛이 나 놀랐다. 그 다음에 다시 사발에 물냉면이 들어왔는데 이 역시 나를 놀라게 했다. 어쩌면 이다지도 맛있는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목사님 사모가 내 고등학교 동창이었기에 쉽게 다가가 그 맛에 대해서 물을 수 있었다. 쇠고기의 어떤 부분을 써서 그토록 맛이 꿀맛 같으냐는 질문에 그 친구는 럼프(rump)라는 쇠고기를 푹 삶아서 쓴다고 설명 했다.
대답을 들은 후 내 나름대로의 비법을 창조했다. 큰 냄비에 중간쯤 되게 물을 붓고 쇠고기, 마늘, 후추를 넣어 1시간 반~2시간 정도 푹 끓인 후 국물의 기름기나 찌꺼기를 걷어낸다. 그 국물을 큰 김치병에 담아 식힌 후, 냉면봉투에 들어 있는 양념가루 4팩, 겨자 4팩 중 3팩을 넣고 설탕과 식초는 자기 입맛에 맞게 조금 넣고, 맛있게 잘 익은 김치를 적당히 잘라 섞어서 잘 저은 후, 그 병을 냉장고에 넣어 차게 보관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국수를 삶는 것인데 끓는 물에 넣어 3분 정도가 좋다. 계란은 삶아 절반으로 잘라 놓고, 오이는 비스듬히 썰어 식초를 살짝 뿌린다. 삶은 고기는 보기 좋도록 얇게 썰어 놓는다. 배는 껍질과 씨를 뺀 후 예쁘게 썬다. 이렇게 담아내면 시원한 냉면을 즐기게 된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냉면 한 사발은 깊은 산속에서 높게 떨어지는 폭포수 앞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냉면, 생각만 해도 시원해진다.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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