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본식당에 가면 Sake Bomb 이라는 술메뉴가있다. 아주 괜찮은 술이라고 웨이터는 추천한다. 유리맥주잔에 맥주를 어느 정도 붓고 사께, 그렇니까 정종, 으로 잔을 채운다. 한번 시켜본다. 뭐야? 이건 사께도 아니고 그렇다고 맥주도 아니다. 밋밋한 뭐랄까, 그저 그렇다. 한마디로 일본 Pop 에 장단을 맞추며 여기저기 솟아나는 이자카야 식당에 덩달아 따라오는 돈 빨아먹는 유행 술이라고나 할까...?
별 볼일 없다, 맛에도, 스타일에도. 그런데도 사께밤 잔들이 여기저기 테이블에 있는걸 보아 장사는 꽤나 되는가보다.
술의 맛과 스타일로 말한다면, 보일러 메이커? 아니면 폭탄주? 보일러 메이커는 맥주와 위스키다. 폭탄주는 우리가 아는 그 폭탄주. 맥주잔을 일렬로 쭈욱놓고 그 위에 Shot Glass에 소주로 채운 잔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살짝 건드리면 도미노 진격.
와! 처음 그 장면을 어느 홈드라마에서 보면서 입을 닫지 못했다. 내가 한국에서 살 때에는 이런 장면을 보았던 기억이 없다. 내가 어려서였나? 아니면 그때는 그런 게 없었나?
그걸 떠나서...
보일러 메이커와 폭탄주 둘 중 어느게 이름값을 더 강하게 할까? 위스키는 대개 43도, 소주는 대개 20도. 답이 나오네, 금방. 그런데 만약 폭탄주에 한 가지 더 추가를 한다면? 예를 들어 Wild Turkey 101 위스키를 섞는다면? 술의 Proof는 알코홀 농도 두 배를 표시하니 50.5도짜리 술이다. 소주, 맥주, 여기에 101 버번위스키, 폭탄주가 아니라 원자탄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아니면 핵탄두 라 이름을 바꿀 수도 있겠다. 아, 차라리 Apocalypse가 격에 맞는다.
우연히 칵테일의 정의를 찾다보니 우박사 말씀이 삼위일체부터 시작된단다. 즉 최소한 3가지 재료가 섞여야 칵테일로 부른단다. 그중에 하나는 꼭 알콜이 되어야 하고... 나머지 두 가지는 같은 술이라도 오케이다. 또 두번째, 세 번째 재료가 설탕이건 약초건 과일 쥬스건 이것 역시 파인. 그러니까 막걸리에 설탕을 듬뿍 타고 다음으로 무어든 여럿이 공감할 수 있는 맛있는 재료 한둘을 더 넣으면 훌륭한 칵테일 자격을 갖게된다. 이름하여 메뚜기 아니면 McCalli 라 부를까?
메뚜기 촌에 요즘 새로운 칵테일이 세상 처음으로 발표되었단다. 그래서 여기 세상 처음으로 그걸 소개 해볼까한다. 소주가 들어간다 (소주장사 해야되니까). 그리고 서양 사람들이 마시는 술이니 서양사람 입맛에 맞는 서양 술이 섞여야한다. 그래서 보드카 하나. 그리고 그린 샤뚜르수.
그린 샤뚜르스, 즉 Green Chartreuse.
1086년 Saint Bruno가 프랑스 Chartreuse에 개설한 카르투지오 수도회에서 수도승들이 1700년대부터 만들기 시작한 Liqueurs 란다. 130가지 약초가 들어간 40도 알코홀이라는 이신비의 술은 가는 세월 한탄하는 남성들에게 한순간이나마 젊음을 되돌려주는 힘이 있다는 소문에 쌓여 있단다. 고급 식당이나 호텔 바에서 이것을 주문하면 이를 전해주는 웨이트레스들이 얼굴을 붉히며 되돌아선다는 소문도 있단다.
Shaker에 얼음을 채우고 소주, 보드카, 그리고 초록색 샤트루스를 한잔씩 붓는다. 냉장고 안에서 차가워진 마티니잔을 꺼내 테두리를 레몬 트위스트로 한 바퀴 적신 후 계피가루를 섞은 빨간 파프리카 가루를 묻친다. 테두리가 주홍색으로 변한 마티니잔에 Maraschino Cherry 한 개를, 아니면 Heart 모양의 빨간 얼음 한개를 넣은 후 약간의 설탕을 넣는다. 거기에 Shaker 안에서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3가지 술을 붓고 기다란 계피 쪼가리 하나를 잔에 걸친다.
여린 연두색깔 술에 비치는 빨간 Cherry 와 술잔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파프리카 색깔이 조화된 술잔은 마치 젊음의 생동감이 넘치는 강열한 여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단다.
Crimson Hearts.
이 칵테일은 이렇게 부른단다. 역시 풍월은 메뚜기 촌에서 시작된다.
<
신해선 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